60년 전 고대 4·18 학생 의거 주역들 "한국 민주주의는 미완성"
토요일인 18일 오전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에 여든을 넘긴 백발의 노인들이 정장 차림에 마스크를 끼고 하나둘 모였다.

60년 전 이날인 1960년 4월 18일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시위를 벌였던 당시 학생들이다.

4·18 고대 학생 의거는 고려대 학생 3천여명이 시위를 벌이다 정치폭력배에게 습격당해 학생 20여명이 다친 사건이다.

학생들의 평화 시위를 우익 세력이 폭력 진압한 게 알려지면서 4·18 의거는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60년 전 주역들은 주먹 악수를 하며 "잘 지냈느냐"고 서로 반갑게 인사한 뒤 4·18 기념탑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려대는 당초 4·18 의거 6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계획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행사를 축소했다.

4·18 의거 주역들이 결성한 교우 모임 '4월 혁명고대'의 박규직 회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60년 전 고대라고 쓰인 수건을 두르고 본관 앞에서 선언문을 낭독한 뒤 교문을 박차고 뛰쳐나갔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당시 고대신문 편집국장으로 4·18 선언문을 쓴 박찬세 전 통일연수원장(85)도 당시 상황에 대해 "3·15 부정선거가 발생했고 4·18 일주일 전에 눈에 최루탄이 박힌 김주열 군의 시신이 마산에서 나오면서 시위가 북상했다"며 "선언문을 써 이세기 당시 학생운영위원장에게 줬고 이 위원장이 선언문을 읽자 학생들이 다들 흥분해 교문 밖으로 뛰쳐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유에 반하는 독재, 정의에 반하는 불의, 진리에 반하는 위선에 대한 울분을 담아 성명서를 썼다"며 "'젊은 세대가 역사발전에 역동이 돼야 한다'고 쓴 부분은 아직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60년 전 고대 4·18 학생 의거 주역들 "한국 민주주의는 미완성"
이날 행사에 참여한 4·18 의거 주역들은 6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고려대 경제학과 59학번인 김유진(80)씨는 "젊은이들이 4·19 민주화 정신을 잊지 말고 자유와 민주, 정의를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완전한 민주주의에 이르지는 못했다"며 "의견이 다르다고 무조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대화하고 타협하는 것이 진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59학번 수학과 김관치(80)씨는 "처음에는 겁이 나 우물쭈물했지만, 모두가 힘을 모으고 용기를 내 4·18 의거가 일어났고 민주화의 기초를 닦게 된 것"이라며 "4·18 의거가 자유·정의·진리라는 정신에 따라 일어났는데 이게 고려대 교훈이다.

이런 정신을 후배들이 계속 이어나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 전 원장도 "60년 동안 참 많이 발전했지만 나라가 조금 더 안정되고 우리가 기대했던 민주주의가 꽃피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젊은 후배들을 향해 "대학에 들어오면 1차 목표는 공부지만 세상사에 무관심하지 말고 현실에 깨어 비판도 하며 사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봉사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후배들도 선배들의 정신을 이어받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고려대 미디어학과 16학번 이수연(24)씨는 "자유·정의·진리라는 4·18 정신이 아직 고려대에 남아있다고 느낀다"며 "선배들의 정신과 가치를 물려받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