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맘대로 민주당' 프레임 경계 공감대
이인영, 우희종 국보법 발언에 "나중 일" 선 그어
'개혁드라이브' 시동 요구도…"과제순서 정하는 문제 중대…아직 꺼낼 단계 아냐"
'열린우리당 트라우마' 소환한 여…"오만·미숙·성급함 안돼"
더불어민주당이 17일 '열린우리당의 기억'을 소환하며 신중, 또 신중을 강조했다.

4·15 총선 결과 180석의 '슈퍼 여당' 탄생을 예고, 일각에서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다'고 평가와 함께 민주당의 권력을 부각하자 재차 몸을 낮추며 태도를 관리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국민이 주신 의석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며 "이 사실을 결코 잊지 말고 항상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살피고 소기의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깊이 반성한다"며 2004년 17대 총선 압승 이후 '트라우마'를 언급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속에서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152석의 과반을 차지했지만, 4대 개혁입법(국가보안법 폐지법안, 사립학교법 개정안, 언론개혁법안, 과거사 진상규명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야 갈등이 폭발하면서 지지율 급락을 겪은 바 있다.

이 대표의 이런 발언은 당 지도부 공통의 '문제의식'에서 나온 메시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는 전날 비공개회의에서 열린우리당 때의 실수가 반복되면 안 된다는 공감대 속에서 '자기 맘대로 뭐든 하는 민주당' 프레임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 역시 해단식에서 "모든 강물이 바다에 모이는 것은 바다가 낮게 있기 때문"이라며 "조금이라도 오만, 미숙, 성급함, 혼란을 드러내면 안 된다.

항상 안정되고, 신뢰감과 균형감을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트라우마' 소환한 여…"오만·미숙·성급함 안돼"
이인영 원내대표는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대표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언급한 것과 관련, "지금은 비상 경제상황에서 국민들의 생업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총력을 모으는 게 우선이다.

그 문제는 나중 일이지 지금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불교방송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 "공수처법을 만들면서 가장 공들인 부분이 야당에도 일정한 비토권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이를) 적극적으로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당내에선 '적폐 청산'을 위한 개혁 드라이브를 빨리 걸어야 한다는 요구도 표출되고 있다.

우희종 대표는 해단식에서 "촛불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국정을 마무리하고 적폐청산을 원하는 촛불시민의 염원을 구체화해야 한다"며 "21대 국회가 국민의 뜻을 잘 반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을 겨냥하는 목소리가 집중 제기됐다.

김용민 당선인은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 간의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감찰과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만약 그것이 맞다면 검찰총장이 권한을 남용해서 감찰을 막고 있는 것"이라면서 윤석열 총장을 정면 겨냥했다.

김남국 당선인은 자신을 둘러싼 '성적 비하 팟캐스트 방송' 논란에 대해 검찰이 선거일인 지난 15일 수사에 착수한 것과 관련, "일정 부분 선거 개입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일단 당 지도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경제 위기 극복에 집중하는 모습을 부각하며, 개혁과제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물밑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21대 국회에서 추진해야 할 개혁과제의 순서를 어떻게 정할지의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아직 그것을 꺼낼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