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일인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2020.4.15 [사진=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일인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2020.4.15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치러진 제21대 총선 투표율이 16년만에 사실상 60% 고지를 돌파했다. 국가적 위기 속에서 투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유권자가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4시 기준 21대 총선 투표율이 59.7%라고 밝혔다. 아직 선거 시간이 2시간 남아 있고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자가격리된 확진자들의 투표도 남아 있어 최대 70%까지 돌파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역대 총선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은 1948년 제헌국회의 95.5%다. 이후 내림세를 타며 6대(1963년) 총선에서 72.1%로 떨어졌고 11대(1981년) 총선까지 70%대에 머물다가 신한민주당이 돌풍을 일으킨 12대(1985년) 총선 때 84.6%로 치솟았다.

13대 75.8%, 14대 71.9%, 15대 63.9%, 16대 57.2%, 17대 60.6%로 하향곡선을 그려온 총선 투표율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역대 최저인 46.1%로 떨어졌다가 19대 총선에선 54.2%, 2016년 20대 총선에서 58.0%로 소폭 올랐다.

이번 총선에서의 높은 투표율은 사전투표율이 견인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10~11일 진행된 사전투표율은 사전투표가 처음 도입된 2014년 지방선거 이래 역대 최고치인 26.69%를 기록했다. 20대 총선의 사전투표율(12.19%)보다 14.50%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한 정치전문가는 "코로나19로 바깥 활동에 제약을 받던 시민들이 합법적인 외출을 할 수 있게 된 점이 사전투표율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더 중요한 것은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투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유권자가 많아 여야 양 진영은 물론 무당층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투표율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최초로 만 18세에게 투표권이 생긴 영향에다가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던 유권자들까지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2014년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도 안착됐다"고 말했다.
총선 D-5일인 10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1동 사전투표소에 유권자들이 길게 줄서 있는 가운데, 순번이 다가온 유권자가 비닐장갑을 잡고 있다.
2020.4.10 [사진=연합뉴스]
총선 D-5일인 10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1동 사전투표소에 유권자들이 길게 줄서 있는 가운데, 순번이 다가온 유권자가 비닐장갑을 잡고 있다. 2020.4.10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펼쳐진 한국에서 투표율이 높게 나타나자 외신들도 주목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홈페이지에 한국의 총선 소식을 주요 기사로 소개하며 한국 유권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투표장을 찾는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유권자들이 투표장 앞에서 1m씩 떨어져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 다음 손을 소독하고 비닐장갑을 착용한 뒤 체온을 측정해야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기표소에 들어갈 수 있다며 상세하게 소개했다.

로라 비커 BBC 한국 특파원은 "사전투표율이 26%를 기록,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며 "감염 공포가 투표 참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한국에서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퍼진 이래 가장 큰 선거가 진행 중"이라며 "한국이 다른 국가 지도자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최근 "한국이 코로나19 대규모 발병국 중 처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른다"며 "선거가 전염병 확산을 초래하지 않고 무사히 치러진다면 미국 대선을 비롯한 다른 나라 선거에 하나의 지침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4.15총선 사전투표 이틀째인 11일 오후 경기도 고양 일산 백석도서관에 마련된 투표소에 사전투표하러 나온 시민들로 긴 '투표행렬'이 생겼다. 2020.4.11 [사진=연합뉴스]
4.15총선 사전투표 이틀째인 11일 오후 경기도 고양 일산 백석도서관에 마련된 투표소에 사전투표하러 나온 시민들로 긴 '투표행렬'이 생겼다. 2020.4.11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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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