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등 일본의 7개 대도시 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가 발효된 8일 0시.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는 76일 만에 봉쇄 조치가 풀렸다. 상황이 극명하게 뒤바뀐 만큼 두 도시의 표정도 사뭇 대조적이었다.

이날 오전 스미토모그룹 계열사들이 모여 있는 도쿄 주오구 가치도키역은 ‘정적에 휩싸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출근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가치도키역의 역무원도 “이용객의 변화를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반면 만원 지하철로 악명 높은 오에도선 시오도메에서 롯폰기 구간은 승객이 뜸했다. 롯폰기역의 마쓰모토 역무원은 “전날의 60~70% 수준”이라고 말했다.

긴급사태 첫날 일본 정부와 도쿄도가 엇박자를 내면서 혼란을 불러왔다. 도쿄도는 가라오케에서부터 입시학원까지 다양한 업종에 휴업을 요청할 계획이었지만 정부가 “너무 광범위하다”고 난색을 표하면서 휴업 대상 업종의 발표가 10일로 미뤄졌다. 이발관과 미용실도 휴업 대상에 포함시키려던 도쿄도의 방침에 아베 신조 총리가 “미용실은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사업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제동을 걸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긴급사태를 선언한 대도시 시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그 시간 도쿄를 빠져나가는 심야고속은 만석이 됐다. SNS에서 ‘도쿄탈출’이 화제가 되자 오키나와 이시가키섬의 시장이 “우리 지역에는 전용 병상이 3개뿐이니 제발 ‘코로나 피난’을 오지 말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사람 간 접촉을 70~80% 줄이면 2주 후 감염자 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요코하마시립대는 접촉을 98% 이상 줄여야 도쿄의 감염 폭발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날 514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일본 내 하루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누적 확진자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자(712명)를 포함해 5678명으로 늘었다. 도쿄도(東京都)에선 이날 144명의 확진자가 새로 발생했다.

같은 시간 중국 정부는 우한에서 외부로 나가는 교통 통제를 해제했다. 이날 우한을 떠나 중국 각지로 향한 사람은 최소 6만5000여 명에 달했다. 관영 CCTV 등에 따르면 이날 우한의 기차역과 고속도로 톨게이트, 공항은 새벽부터 다른 지역에 있는 직장과 집으로 복귀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한역에선 오전 7시6분 난닝둥역으로 향하는 G431편을 시작으로 기차 운행이 시작됐다. 승객들은 건강하다는 것을 뜻하는 ‘녹색 건강 코드’와 목적지 지방정부의 허가증 등을 제시한 뒤 기차에 올랐다. 이날 우한에서 출발하는 기차는 276회 운행됐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도 우한을 빠져나가려는 차들로 혼잡을 빚었다. 전날 밤부터 톨게이트 앞에 한 줄로 대기줄이 만들어져 한때 3㎞까지 행렬을 이루기도 했다. 반면 우한으로 들어오는 톨게이트는 한산했다.

우한 톈허공항에선 오전 7시24분 중국 동방항공의 하이난행 MU2527편을 시작으로 항공기 운항이 재개됐다. 이날 항공편은 268편이 운항됐다. 중국 국내선 운항은 재개됐지만 우한 공항에서 국제선 노선은 당분간 운영되지 않는다. 중국의 다른 도시로 이동한 뒤 현지 공항에서 해외로 나가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중국의 다른 도시 공항들이 우한에서 온 사람들을 곧바로 국제선에 탑승할 수 있도록 허락할지는 아직까지 확실한 지침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우한 봉쇄 해제로 주민들은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데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공식 통계에 넣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도 많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6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59명이 해외에서 들어온 환자다. 무증상 감염자는 137명 늘었다.

도쿄=정영효/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