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10년 만에 다시 생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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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마힌드라, 자금지원 철회
쌍용차 "경영쇄신 차질없이 수행"
쌍용차 "경영쇄신 차질없이 수행"
쌍용자동차가 또다시 생사의 기로에 섰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에 약속한 신규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쌍용차는 독자적으로 생존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2009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이후 10년 만에 닥친 최대 위기다.
마힌드라는 지난 3일 인도 뭄바이에서 특별 이사회를 열어 쌍용차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 밝힌 2300억원 지원 방침을 두 달 만에 뒤집었다. 최대 400억원의 일회성 특별자금만 투입하겠다고 했다.
마힌드라가 밝힌 지원 철회의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영난이다. 지난달 마힌드라의 인도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88% 급감하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다른 해석이 나온다. 마힌드라가 한국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협박성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포기하고 철수 또는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쌍용차는 마힌드라가 자금을 지원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든 상태다. 12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해 누적 적자가 4113억원에 달한다. 오는 7월 만기인 산업은행 대출금 900억원을 갚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차량 판매도 부진하다. 올 1분기 판매량은 2만4139대로 전년 동기(3만3627대) 대비 28.2% 줄었다.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산은은 쌍용차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자금을 투입할 명분이 없다. 그렇다고 직원 5000명이 근무하는 쌍용차가 무너지는 것을 방치할 수도 없다. 부품사를 포함해 수만 개의 일자리가 걸려 있어 자칫 실업대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쌍용차는 5일 입장 자료를 내고 “신규 자금 조달을 위해 부산물류센터 등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등 경영쇄신 작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밝혔다.마힌드라 철수설 휘말린 쌍용차…"자력으론 올해 넘기기 힘들 것"
2300억 투자계획 철회…400억만 일회성 투입
쌍용자동차는 5일 대주주(지분율 74.7%)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한국 철수설을 진화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하지만 정작 3일 밤 11시에 나온 마힌드라 이사회의 쌍용차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 철회 배경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쌍용차는 지난 3일 마힌드라가 특별 이사회를 개최한 사실도 국내 언론을 통해 확인했다. 대주주의 지원 없는 독자생존의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리무중 마힌드라 속내
마힌드라가 3일 인도 뭄바이에서 특별 이사회를 열고 당초 약속한 23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한 뒤 국내 홍보대행사를 통해 낸 입장문은 짤막했다. “현재 현금흐름과 예상 현금흐름을 고려해 쌍용차에 신규 자본을 투입할 수 없다고 결론 냈다”는 게 핵심이다. 그 대신 400억원 규모의 일회성 특별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쌍용차는 “마힌드라가 4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철수할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쌍용차의 한 달 운영 자금만 500억원가량 필요한 상황에서 회사를 살리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고 지적했다.
지난 1월만 해도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함께 5000억원을 투입해 2022년까지 쌍용차를 흑자 회사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마힌드라와 한국 정부(산업은행)가 각각 2300억원, 1700억원을 투자하고 쌍용차가 자체적으로 1000억원을 마련하자는 계획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마힌드라의 노림수가 따로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철수 여부나 한국 정부와의 논의 가능성 등 계획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한국 정부의 투자를 압박하기 위해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은은 지난 1월 고엔카 사장의 투자 요청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4·15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투자 철회를 발표한 것도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에서 철수하려고 시동을 건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2300억원을 투입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승용차 관련 기술을 충분히 받았다고 판단하고,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차 없는 올해 최대 위기
전문가들은 쌍용차가 ‘신차 부재→판매 감소→적자 누적→신차 개발 포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 와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이어 대주주의 지원 중단이라는 초대형 악재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떠나겠다고 결정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쌍용차를 사겠다고 나설 기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악에는 쌍용차가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협력사를 포함해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무엇보다 당장 정부가 쌍용차에 자금을 투입할 명분이 없다. 산은은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일 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2대 주주 자격으로 자금을 지원했던 한국GM과 상황이 다르다는 의미다. 산은은 마힌드라의 돌발 행동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산은 측은 공식적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아직 밝힐 입장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마힌드라가 석 달 전만 하더라도 ‘대주주로서 책임 있는 노력’을 언급하며 투자 의지를 밝혔던 터라 난감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쌍용차의 경쟁력은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다. 쌍용차는 2017년부터 내리 3년간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엔 영업손실 2819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934억원) 이후 최대 규모 적자다. 판매량도 계속 줄고 있다. 2015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가 인기를 끌면서 쌍용차가 회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최근 경쟁사들이 앞다퉈 소형 SUV를 내놓으면서 이 시장마저 뺏겼다.
지난해 출시한 티볼리 부분변경 모델과 코란도 완전변경 모델은 모두 기대 이하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해는 아예 예정된 신차가 없다. 국내외 판매량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2541억원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마힌드라나 정부, 혹은 제3의 투자자가 나서지 않으면 쌍용차는 올해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김보형/박종서 기자 dodo@hankyung.com
마힌드라는 지난 3일 인도 뭄바이에서 특별 이사회를 열어 쌍용차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 밝힌 2300억원 지원 방침을 두 달 만에 뒤집었다. 최대 400억원의 일회성 특별자금만 투입하겠다고 했다.
마힌드라가 밝힌 지원 철회의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영난이다. 지난달 마힌드라의 인도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88% 급감하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다른 해석이 나온다. 마힌드라가 한국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협박성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포기하고 철수 또는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쌍용차는 마힌드라가 자금을 지원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든 상태다. 12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해 누적 적자가 4113억원에 달한다. 오는 7월 만기인 산업은행 대출금 900억원을 갚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차량 판매도 부진하다. 올 1분기 판매량은 2만4139대로 전년 동기(3만3627대) 대비 28.2% 줄었다.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산은은 쌍용차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자금을 투입할 명분이 없다. 그렇다고 직원 5000명이 근무하는 쌍용차가 무너지는 것을 방치할 수도 없다. 부품사를 포함해 수만 개의 일자리가 걸려 있어 자칫 실업대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쌍용차는 5일 입장 자료를 내고 “신규 자금 조달을 위해 부산물류센터 등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등 경영쇄신 작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밝혔다.마힌드라 철수설 휘말린 쌍용차…"자력으론 올해 넘기기 힘들 것"
2300억 투자계획 철회…400억만 일회성 투입
쌍용자동차는 5일 대주주(지분율 74.7%)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한국 철수설을 진화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하지만 정작 3일 밤 11시에 나온 마힌드라 이사회의 쌍용차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 철회 배경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쌍용차는 지난 3일 마힌드라가 특별 이사회를 개최한 사실도 국내 언론을 통해 확인했다. 대주주의 지원 없는 독자생존의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리무중 마힌드라 속내
마힌드라가 3일 인도 뭄바이에서 특별 이사회를 열고 당초 약속한 23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한 뒤 국내 홍보대행사를 통해 낸 입장문은 짤막했다. “현재 현금흐름과 예상 현금흐름을 고려해 쌍용차에 신규 자본을 투입할 수 없다고 결론 냈다”는 게 핵심이다. 그 대신 400억원 규모의 일회성 특별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쌍용차는 “마힌드라가 4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철수할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쌍용차의 한 달 운영 자금만 500억원가량 필요한 상황에서 회사를 살리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고 지적했다.
지난 1월만 해도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함께 5000억원을 투입해 2022년까지 쌍용차를 흑자 회사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마힌드라와 한국 정부(산업은행)가 각각 2300억원, 1700억원을 투자하고 쌍용차가 자체적으로 1000억원을 마련하자는 계획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마힌드라의 노림수가 따로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철수 여부나 한국 정부와의 논의 가능성 등 계획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한국 정부의 투자를 압박하기 위해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은은 지난 1월 고엔카 사장의 투자 요청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4·15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투자 철회를 발표한 것도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에서 철수하려고 시동을 건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2300억원을 투입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승용차 관련 기술을 충분히 받았다고 판단하고,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차 없는 올해 최대 위기
전문가들은 쌍용차가 ‘신차 부재→판매 감소→적자 누적→신차 개발 포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 와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이어 대주주의 지원 중단이라는 초대형 악재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떠나겠다고 결정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쌍용차를 사겠다고 나설 기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악에는 쌍용차가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협력사를 포함해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무엇보다 당장 정부가 쌍용차에 자금을 투입할 명분이 없다. 산은은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일 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2대 주주 자격으로 자금을 지원했던 한국GM과 상황이 다르다는 의미다. 산은은 마힌드라의 돌발 행동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산은 측은 공식적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아직 밝힐 입장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마힌드라가 석 달 전만 하더라도 ‘대주주로서 책임 있는 노력’을 언급하며 투자 의지를 밝혔던 터라 난감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쌍용차의 경쟁력은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다. 쌍용차는 2017년부터 내리 3년간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엔 영업손실 2819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934억원) 이후 최대 규모 적자다. 판매량도 계속 줄고 있다. 2015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가 인기를 끌면서 쌍용차가 회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최근 경쟁사들이 앞다퉈 소형 SUV를 내놓으면서 이 시장마저 뺏겼다.
지난해 출시한 티볼리 부분변경 모델과 코란도 완전변경 모델은 모두 기대 이하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해는 아예 예정된 신차가 없다. 국내외 판매량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2541억원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마힌드라나 정부, 혹은 제3의 투자자가 나서지 않으면 쌍용차는 올해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김보형/박종서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