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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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구기구(OPEC) 14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회원국이 아닌 10개 산유국이 국제 유가 안정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화상회의의 일정이 당초 오는 6일에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 연대체) 긴급회의 일정은 오는 8일 혹은 9일로 미뤄졌다. 원유 감산과 관련 회의에 앞서 석유 생산국간 협상 기간을 늘릴 수 있도록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OPEC+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제안으로 오는 6일 화상 회의를 열고 증산 경쟁으로 폭락한 유가와 국제 원유시장 수급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앞서 산유국은 지난달 초 원유 추가 감산 여부를 논의했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국제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와 함께 OPEC을 이끄는 사우디와 OPEC 비회원 산유국을 주도하는 러시아 간 증산 대결로 연초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사우디는 지난달 6일 OPEC+ 회의에서 감산 합의의 시한을 늘리자고 제안했으나 러시아가 이를 거절하며 협상은 결렬됐다. 이에 사우디는 이달부터 하루 산유량을 기존 970만배럴에서 1230만배럴로 늘리겠다고 선언하는 등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직접 나서 사우디와 러시아의 최대 1500만배럴의 감산 합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증산 대결을 그만둘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제유가는 양국의 감산 합의 기대에 따라 최근 이틀 연속 큰 폭으로 올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에도 산유국들이 감산에 합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OPEC+의 감산 합의를 결렬시킨 쪽은 러시아가 아니었다"라며 "사우디가 OPEC+ 합의에서 탈퇴해 산유량을 늘리고 유가를 할인한 것은 셰일오일을 생산하는 경쟁자들(미국)을 따돌리려는 시도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우디 외무부는 4일 국영 SPA통신을 통해 "감산 합의를 거부한 쪽은 러시아였다. 사우디와 나머지 22개 산유국은 감산 합의를 연장하고 더 감산하자고 러시아를 설득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사우디가 미국의 셰일오일을 제거하려고 했다'라는 러시아의 주장에 대해서도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