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국립대 반값등록금 약속…자사고·외고 없애고 대입 정시 40%
통합, 자사고·외고 유지하고 정시 50%…민생은 국공립대 무상교육
전문가들 "교육에 대한 진정한 고민 없어…18세 유권자 공약도 실종"
[공약점검] ⑤ 교육…"반값 등록금" vs "자사고·외고 유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비리 의혹을 놓고 격돌했던 여야가 '교육 공정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처방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립대 반값 등록금'을 실현해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등의 일반고 전환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미래통합당은 반대로 자사고·외고 폐지 정책을 폐기하고 지역별 명문고를 육성할 것이며, 정시 비율은 5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여야의 교육 공약이 정쟁에 갇혀 있다면서 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거나 교원 및 대학의 역량을 강화할 획기적인 공약이 전무하다고 혹평했다.

◇ 민주당 '반값 등록금'…고교 서열화 해체도 계속 = 민주당의 대표 공약은 '국립대 반값 등록금' 등으로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연간 3천85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39개 국립대의 평균 등록금을 현재 419만원에서 절반 수준인 210만원 안팎으로 인하하고,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등 지원을 현실화해 저소득층에 대한 연간 지원액을 현행 520만원에서 사립대 등록금 수준인 736만원까지 확대한다.

동시에 28개 국립대에 대한 재정지원을 현재 1천500억원에서 6천400억원으로 대폭 끌어올려, 노후시설을 개보수하는 등 국립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방침이다.

민주당은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까지 일반고로 일괄 전환해 '고교 서열화'를 해체하는 작업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고등학생이 대학생처럼 수업을 골라듣는 '고교학점제'도 도입한다.

또 대입 공정성 제고를 위해서는 서울 소재 주요 대학 16곳의 정시 비율을 현재 약 29%에서 4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민주시민교육 진흥법'을 제정하고 교육청별 전담조직 구성, 교원 연수 등으로 민주시민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방송통신대 및 야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신설, 불법 사교육 단속 특별사법경찰 도입 등도 민주당이 '교육 공정성·형평성 제고'를 위해 새롭게 제시한 공약이다.

[공약점검] ⑤ 교육…"반값 등록금" vs "자사고·외고 유지"
◇ 수월성 교육·정시 위주로 '리턴' = 통합당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핵심 교육 정책인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를 전면 철회하겠다는 것이 대표 교육 공약이다.

통합당은 자사고·외고·국제고를 그대로 두고, 대신에 지역별 '명문고'와 기숙형 공립학교를 중심으로 일반고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공약했다.

모든 학생을 공평한 환경에 놓는 '형평성' 교육이 우선이냐, 실력이 더 뛰어난 학생을 인재로 육성하는 '수월성' 교육이 우선이냐를 놓고 수십년 동안 다른 의견을 보인 여야가 이번 총선에서도 이를 다투는 모양새다.

통합당은 대입에서는 정시 비율을 50% 이상으로 민주당보다 10%포인트 이상 더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대학 등록금에 관해서는 자녀가 세 명 이상인 가정에 국가장학금을 더 주겠다고 공약했다.

통합당은 이번 총선부터 선거 연령이 만 18세 이하로 하향되는 점이 우려스럽다는 취지의 공약도 내놓았다.

학교에서 편향된 정치 교육을 할 때 학생·학부모가 전학을 요청할 수 있는 '전학청원권'을 새로 도입하겠다고 제시했으며, 아예 고교 과정을 만 18세 이전에 마칠 수 있도록 학제를 뜯어고치겠다고 밝혔다.

민생당은 '국·공립대 무상교육' 공약으로 눈길을 끌었다.

정의당은 '전문대부터 무상교육'을 제시했다.

국민의당은 정시를 70%로 늘리고 수능을 7·10월에 연 2회 실시하겠다고 공약해 수시보다 정시가 더 공정하다고 믿는 학부모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정의당은 지난해 정치권에서 잠깐 거론됐던 '고위공직자 자녀 입시비리 전수조사'를 정당 중 유일하게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약점검] ⑤ 교육…"반값 등록금" vs "자사고·외고 유지"
◇ 전문가들 "진정성 있는 고민 안 보여"…반값 등록금에는 의견 갈려 = 민주당의 국립대 명목 반값등록금, 민생당의 국공립대 무상교육, 정의당의 전문대 무상교육 등 등록금 관련 공약에는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고민 없이 대학 무상교육부터 추진하면 오히려 국민 세금으로 '값싼 저질 고등교육'을 하게 된다"며 "대학에서 세계와 경쟁할 미래 인재를 양성하려면 실습 위주 교육, 연구 중심 대학이 많아지도록 대학에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경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이 노동을 하면서 대학 교육을 받기 때문에 소득 격차가 교육 격차로 재생산된다"며 "이 고리를 끊으려면 소득 격차로 인한 교육 기회 불평등을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여야 공약이 자사고·외고 폐지 여부나 정시 확대 등 너무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정쟁에 갇혀 있고 미래 교육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황홍규 대교협 사무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게 될 학생들에게 다양한 역량을 함양시키려면 정시 비율 같은 것을 공약할 게 아니라, 대학을 어떻게 발전시켜서 고등교육의 질을 높일 것인지를 공약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15년 넘게 입학 업무를 겸한 한 대학교수는 "수능의 병폐를 해결하고자 수시를 늘려온 것이고 고교·대학 모두 수시 위주 방향이 맞다고 보는데 여야 모두 정시를 늘리자니, 공약(公約)이 아니라 빌 공 자를 쓴 '공약(空約)' 뿐이다"라고 촌평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교육에 대한 관심이 조 전 장관 사태로 인해 공정성 문제에 치중되긴 했지만, 그럴 수록 장기적인 안목과 비전·철학이 담긴 입안이 필요하다"며 "학력 신장, 기초학력 보장 관련 공약이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만 18세 이하로 선거 연령이 하향하면서 '교복 입은 유권자'가 전면에 등장하는 첫 선거인데 청소년을 겨냥한 공약이 사실상 전무한 점에도 전문가들의 비판 목소리가 컸다.

전경원 소장은 "정치권이 청소년 유권자를 의식했다면 경쟁 위주 교육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학생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를 공약해야 했다"며 "정당들이 말로만 젊은 세대 목소리에 귀기울인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