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발 유동성 압박' 증권사들, 당국 지원으로 한숨 돌릴까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에 시달리는 대형 증권사들에 대해 당국이 일제히 지원에 나서 증권사들의 유동성 압박이 해결될지 주목된다.

정부는 24일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증권사들에 한국증권금융 대출과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각 2조5천억원씩 총 5조원을 증권사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전날 한은은 증권금융과 삼성증권·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신영증권 등 5개 비은행 기관을 대상으로 RP 매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또 국고채전문딜러(PD)로 선정된 증권사 등 최대 11곳을 RP 매입 대상에 추가할 계획이다.

이처럼 당국이 증권업계에 대해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것은 최근 ELS 때문에 단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들 때문이다.

증권사가 해외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를 운용할 때는 위험회피(헤지)를 위해 해당 지수의 선물매수 포지션을 취한다.

문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주가지수가 일제히 폭락함에 따라 증권사들이 거액의 추가 증거금을 내게 된 것이다.

이중 헤지 거래를 외국계 증권사 등 외부에 넘기지 않고 자체 운용하는 비중이 큰 일부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최근 마진콜 누적 금액이 약 1조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장 유동성이 급한 증권사들이 보유한 기업어음(CP),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 등을 대량 처분하고 이를 달러로 환전하면서 최근 단기자금시장 금리 및 원/달러 환율 급등을 주도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이투자증권 추산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ELS·파생결합증권(DLS) 관련 자체 헤지 규모는 7조2천40억원에 이르며, 이어 한국투자증권이 5조6천60억원, 미래에셋대우가 3조5천420억원, NH투자증권이 1조4천780억원 등이다.

이들 증권사의 자체 헤지 비중은 삼성증권 80%, 한국투자증권 55%, 미래에셋대우 31%, NH투자증권 22% 등이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ELS·DLS 자체 헤지 규모가 큰 증권사들에 대규모 마진콜이 발생, 유동성 우려가 확산했다"며 "단기자금 조달시장이 경색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증권사들의 관련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고 있으며, 채권시장 안정펀드 지원 대상에 CP가 포함된 점 등을 고려하면 증권사들의 추가적인 거래비용 부담은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당국이 증권사에 5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발표함에 따라 CP 시장의 투자심리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