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지난해보다 대폭 올렸다. 전국적으로 보면 5.99%지만, 서울은 20%를 넘는 곳이 적지 않아 평균 14.75% 상승했다. 공시가격은 보유세 부과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산정 등에도 활용되는 기준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공시가격의 과세표준 반영비율(공정시장가액비율)을 매년 5%포인트씩 올리고, 종합부동산세는 세율을 인상하기로 한 터여서 ‘보유세 폭탄’이 현실화하게 됐다. 보유세 부담이 공시가격이 오르는 비율만큼이 아니라 법적 상한(전년도 세액의 150~300%)에 달하는 납세자가 속출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지난해보다 41% 늘어난 30만9835가구에 달해 세금폭탄은 ‘1주택 중산층’으로 확대되게 됐다.

안 그래도 장기 침체에 들어선 경제에 ‘코로나 충격’이 겹치면서 이전에 없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과 산업, 수요와 공급, 나라 안과 밖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유례없는 복합위기에 과도한 보유세 부과는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서울을 필두로 집값도 이미 약세를 보이고 있어 ‘세금인상을 통한 집값잡기’라는 정책에 계속 매달릴 상황도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위기를 맞아 각국이 ‘돈풀기 전쟁’에 나서면서 감세로 소비와 투자의 불씨를 살려보려는 판에 한국만 “상황이야 어떻든 증세는 예정된 대로 간다”고 고집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보유세 강화는 공급확대를 외면한 ‘정책 실패’를 세금올리기로 쉽게 풀어보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거래세는 내버려둔 채 보유세만 올리는 것은 세제의 ‘안정성’을 해치는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합리적, 상식적 수준에서 바로잡아야 한다. 다음달 ‘공시가격 의견청취’ 기간에 내려도 되고,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을 유예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가 소극적이면 국회라도 세율 인상을 담은 종부세법 개정안 등을 신중하게 처리하기 바란다. 위기 때는 위기에 맞는 정책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