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내무 "독일 백신기업 인수 제의, 사실이라 들어"
큐어백 최대주주 "특정지역 독점 안돼…전세계가 사용해야"
"美, 코로나19 예방·치료에 '패권' 욕심…해외 다수 기업에 '눈독'"
"트럼프, 코로나19백신 미국독점 시도…독일업체 최대주주 퇴짜"
독일 백신 전문기업이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미국이 독점하려 하자 독일이 저지에 나섰다고 독일·영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15일(베를린 현지시간) 독일 주간지 벨트암존탁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독일 바이오기업 큐어백(CureVac)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독점권을 갖고자 인수나 권리 이전 같은 방식으로 회사를 장악하려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주 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큐어백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후 큐어백을 주목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미국 정부는 큐어백의 성과를 독점하려고 회사를 인수하거나 회사 연구진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으며, 이를 알아차린 독일 정부가 미국의 계획을 저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독일 매체의 보도 내용이다.

미국의 큐어백 장악 시도가 사실인지에 관해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오늘 정부 내 여러 인사로부터 그게 사실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큐어백은 사실 확인 요청에 "회사나 기술 인수 제안설에 관해서는 답변하지 않는다"며 확인을 거부하면서도, 세계 여러 기관·당국과 접촉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큐어백 인수를 타진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인 리처드 그리넬 독일 주재 미국대사는 벨트암존탁 보도가 "사실이 아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코로나19백신 미국독점 시도…독일업체 최대주주 퇴짜"
20년 전 튀빙겐대학 내 기업으로 설립된 큐어백은 극미량 투여로 인체에 면역력을 갖게 하는 백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메신저RNA(mRNA)를 이용해 면역반응을 강화, 각종 감염병과 암에 대응하는 인체 능력을 신장하는 기술로 두각을 나타냈다.

투여량이 적은 백신은 부작용도 적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독일 대학 내 기업으로 출발한 만큼 큐어백은 독일 등 유럽 당국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회사는 미국 보스턴에도 지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벨트암존탁은 미국의 움직임에 우려한 독일 정부가 재정 지원으로 큐어백을 계속 독일에 붙잡아 두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썼다.

독일의 자본과 인력으로 키워낸 백신 전문 기업의 코로나19 백신을 미국이 독점하려 시도한다는 보도에 독일 정치권은 '스캔들 감'이라며 반발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대연장 파트너 사회민주당의 배르벨 바스 의원은 "백신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가 맞을 수 있어야 한다"며 "팬데믹은 전 인류의 문제이지 '미국 우선주의'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큐어백의 최대주주는 미국에 독점권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전했다.

비상장사인 큐어백 지분의 80%를 보유한 디트마르 호프는 15일 밤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하는 데 곧 성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백신은 한정된 지역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19 대응 분야에서도 '패권'을 쥐려는 미국이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큐어백 만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미국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대응에 협력하는 바이오기업인 서모 피셔 사이언티픽은 최근 네덜란드 진단 기업 퀴아젠을 인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