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워…가맹본사 숨통 죄는 '싸잡아 규제'
고교는 원하는 대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대다수다. 하지만 학교마다 문제를 일으키는 불량학생은 늘 있기 마련이다. 방과후 늦은 시간에 소위 일진이라는 불량학생에게 일반학생이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그러자 학교당국은 원인 제공자인 불량학생 선도는 제쳐 두고 손쉬운 해결책을 생각해 낸다. 오후 6시 이후 학생은 학교에 남아 있지 말라는 교칙을 제정하는 것이다. 불량학생들이 도서관 근처에서 사고를 치면 휴일에는 학교 도서관 문을 닫아버리면 된다. 학교 동아리에서 학생들이 외부 봉사 행사를 하는데 불량학생들이 몰려와 시비가 붙으면 모든 동아리의 외부활동을 금지시켜 버린다.

최근 프랜차이즈 정책이 이런 식이다. 프랜차이즈 가맹본사 대다수가 성실하게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의 불량학생이 있다. 속칭 ‘오더맨’이라는 사기성 영업사원 무리다. 삼삼오오 모여서 본사를 세우고 잘나가는 브랜드를 똑같이 베낀 ‘미투 브랜드’를 만든다. 불과 1년 사이 몇십 개 유사 브랜드를 내놓고 유행이 꺾이면 본사를 정리하고 사라진다. 가맹사업자로부터 가맹비만 편취하고 없어지는 ‘먹튀’인 셈이다.

프랜차이즈의 문제 대부분이 이와 같은 오더맨들과 연관돼 있다. 이들이 영업과정에서 매장 예상 매출과 수익을 크게 부풀려 가맹점을 모집해 문제를 일으키면, 민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 쏟아진다. 그러면 공정위는 ‘모든 가맹본사는 개점을 앞둔 매장의 예상 매출을 미리 공개해야 하고, 실적에 미달하면 본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규칙을 제정한다.

불량 본사들이 물류 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폭리를 취하면 이 문제도 민원이 제기된다. 그러면 공정위는 모든 ‘가맹본사는 공급 물류 품목의 원재료비를 공개해야 한다’는 규제를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원재료비는 세계 어느 기업이든 ‘영업비밀’이라는 게 상식이다. 가맹본부로선 경악할 만한 정책이다.

이것이 올바른 정책 수립 방식인가 고민해봐야 한다. 일부 불량학생 문제를 한 건씩 해소하는 방식이 주된 정책이 된다면 공정위가 아니라 소비자원으로 이름을 바꿔 달아야 할 것이다.

어느 조직이든 불량학생은 일부요, 선량 학생이 대부분이다. 모범학생이 잘될 수 있게 해줘야 대다수 학생이 좋은 분위기를 따라간다. 프랜차이즈업계는 요즘 학교(업계)를 그만두거나 다른 학교로 전학(업종 전환)을 고민하는 모범 학생이 점점 늘고 있다. 좋은 학교 만들기를 뒤로 한 채 민원 막기 중심의 교칙을 제정하는 학교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다. 당연히 이런 학교에서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을 거란 신뢰도 깨진다.

유재은 < 프랜코컨설팅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