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에도 불구하고 타국발 입국 금지 조치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입국금지를 하면 도리어 방역망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외교부의 13일 오전 9시 집계 기준으로 한국발 입국을 차단한 국가는 총 126곳이다. 입국을 금지한 나라는 56곳, 제한은 70곳이다. 정부는 현재 중국과 홍콩, 마카오, 일본, 이탈리아, 이란, 유럽 5개국(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등 11곳에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한다. 이 중 유럽 5개국은 15일 0시부터 적용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전날 KBS 9시뉴스에 출연해 ‘입국 금지나 격리 조치를 강화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입국금지시 오히려 (코로나19 방역) 관리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답변했다. 강 장관은 “한 나라에만 입국 금지를 하더라도 제3국을 통해서 들어오는 길이 있고, 꼭 들어올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들어온다”며 “이렇게 되면 우리의 방역 레이더망에서 사라지고, 검역에 맹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일본과의 상호 입국제한에 대해선 “일본과 우리의 조치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무비자 협정을 맺을 땐 일방이 그걸 취소하면 다른 한 쪽도 취소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은 ‘14일 격리’를 시작했고, 우린 ‘올 사람은 오되 이 절차를 밟아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에서 오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우리 국민들이기 때문에 공항 지정 등의 조치는 국민들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며 “격리보다는 입국 절차 강화를 통해 철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덧붙였다.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교대 근무를 위해 방호복을 입고 코로나19 환자들이 있는 병동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교대 근무를 위해 방호복을 입고 코로나19 환자들이 있는 병동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에선 “이미 WHO에서 팬데믹을 선언한 상황에서 입국금지나 제한을 논의하는 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팬데믹 선언은 코로나19가 이미 퍼질 대로 퍼졌으니 각국이 협력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며 “딱히 입국금지나 제한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제기된 중국인 입국금지 주장에 대해선 “중국에서 우한과 후베이성 지역 코로나19 확산을 공개했을 때가 이미 발생 후 한 달이 지난 후였다”며 “잠복기까지 고려하면 이미 지난해 11월 말이나 12월 초부터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있었다는 뜻인데 우리로선 알아차리기가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또 “바이러스엔 국경이 없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우리의 방역 과정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되돌아보고 재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