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가 튼튼한 기술 기업들이 돈을 빌리거나 투자를 받는 게 쉬워진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특허 담보 대출을 시작한다. 특허를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는 공모형 펀드도 만들어진다.

특허청은 22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0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다수의 특허를 보유한 기술 기업이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하는 게 올해 업무계획의 핵심이다.

특허청은 금융업계와 함께 민간 공모형 지식재산(IP) 투자펀드, IP 크라우드 펀드 등을 만들 계획이다. 220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조성해 IP 금융시장 조성의 마중물로 쓰겠다는 게 특허청의 설명이다.

IP 담보대출을 취급하는 은행도 늘리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에서만 특허를 비롯한 IP를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은행 등 총 7개 은행에서도 대출이 가능하다. 회수전문기구도 생긴다. 돈을 갚지 않는 기업이 생겼을 때 은행이 담보를 쉽게 회수할 수 있도록 담보로 잡은 IP를 사들여 시장에 내다파는 게 이 기구의 역할이다.

‘IP 거래 플랫폼’도 개발된다. 특허청은 ‘민관협력형 IP 거래 플랫폼’을 구축해 민간 IP 거래기관의 신뢰성을 높일 방침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특허가 돈이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효율적인 연구개발(R&D)을 돕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일본 수출규제 핵심 품목을 중심으로 특허기반 연구개발(IP-R&D) 지원사업을 벌인다. 세계에 출원된 특허를 분석해 R&D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IP-R&D의 핵심이다. 특허청은 이 사업을 위해 정부와 민간에 축적된 4억3000만 건의 특허 빅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인공지능(AI)을 통해 분석해 기업들에 적절한 R&D 방안을 조언할 예정이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올해는 지식재산의 산업적,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한국이 글로벌 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