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재 알포터 대표가 경기 이천 장호원읍 공장에서 알루미늄 팰릿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문혜정 기자
박용재 알포터 대표가 경기 이천 장호원읍 공장에서 알루미늄 팰릿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문혜정 기자
수출 기업들은 1회용 팰릿 위에 제품을 올려 컨테이너(화물선)로 실어 보내는 경우가 많다. 상품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선적 및 하역 작업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컨테이너 1개에 팰릿 약 40개가 들어가는데, 1만2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짜리 화물선에만 팰릿 48만 개가 적재되는 셈이다. 이들 팰릿은 대부분 회수·재활용이 안 된다. 산업쓰레기로 분류돼 수출 기업에 폐기 비용까지 부과된다. 국내 중소기업 알포터는 내구성이 강한 알루미늄 팰릿을 개발해 팰릿 렌털사업에 뛰어들었다.

알루미늄 팰릿 개발

2012년 경기 이천에서 창업한 박용재 알포터 대표는 주로 목재나 플라스틱이 많이 쓰이는 화물용 팰릿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목재 팰릿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파손 위험이 크고 곰팡이 및 병해충 방역이 필수적이다. 플라스틱 팰릿도 위생 문제와 화재 취약성이 단점으로 꼽힌다. 스틸 팰릿은 가격이 비싸고 무거운 데다 녹이 잘 슨다.

박 대표는 항공기 소재로 많이 쓰이는 알루미늄을 선택했다. 위생적이고 녹이 잘 슬지 않는 가벼운 알루미늄을 활용해 조립식 팰릿을 개발했다. 충격에 강한 ‘I’빔형 메인바를 특수 제작해 단순 끼움 방식으로 조립한다. 용접이 필요 없어 생산성이 높고, 수리도 간편하다. 총 네 건의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

박 대표는 “팰릿 1개가 10~12㎏으로 동일한 규격의 플라스틱보다 40% 가볍지만 하중 및 낙하 테스트에선 오히려 뒤틀림이나 파손 문제 없이 최대 5t까지 버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알포터는 적재 물품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팰릿 상부를 논슬립 처리했다. 또 무선인식전자태그(RFID)를 부착해 화물 이동을 실시간 관리할 수 있게 했다. 국내에선 제약회사나 식품 제조사 등 위생에 민감한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유경제’ 접목한 팰릿 렌털

문제는 알루미늄 소재가 고가라는 점이다. 플라스틱과 목재 팰릿이 개당 1만4000~1만5000원, 스틸 팰릿도 3만원대인 데 반해 알루미늄 제품은 5만원대에 달한다. 그래서 알포터는 회원제 공유 플랫폼을 활용한 렌털사업 ‘R-To(rental to) 서비스’를 시작했다.

알포터가 A라는 국내 수출 기업에 팰릿을 공급했다고 하자. A사가 베트남에 제품을 수출하면 현지 물류기업이 공(空) 팰릿을 회수해 베트남 수출 기업에 재공급한다. A사는 개당 8000원 정도에 팰릿을 빌려 쓴다. 현지 물류 기업은 팰릿 회수에 대한 운반비(수수료)와 현지 수출 업체에 팰릿을 제공한 영업비를 받는다. 이런 식으로 일단 한국~베트남~인도네시아 3개국을 팰릿을 돌려 쓰는 네크워크로 묶었다. 동남아시아에 대량으로 수출하는 기업과 물류사를 회원으로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클라우드 서버 등 물류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박 대표는 “연간 목재·플라스틱 팰릿 12만 개를 구입해 사용하는 수출 기업이라면 팰릿 폐기 비용까지 총 18억원이 든다”며 “R-To 서비스를 이용하면 팰릿 관련 비용을 10억원 안팎으로 40%까지 낮출 수 있다”고 전했다.

기존 국가 간 물류시장에서 팰릿 렌털 서비스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렌털 기업이 직접 팰릿을 회수하기가 구조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R-To 서비스는 알포터는 물론 팰릿을 회수하는 물류 기업과 수출 기업이 모두 이익을 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알루미늄 팰릿은 평균 10회 이상 회전(재사용)이 가능한 데다 소재 자체의 잔존 가치가 크고 재활용하기에 편리해 자원 보호에도 최적”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이달 24일부터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 제조업 서밋(AMS)에 초청받아 9일 출국했다. 미국 제조업계에 알포터의 팰릿 렌털 사업성을 알리고, 현지 시장 진출을 타진할 계획이다.

이천=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