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기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과연 피해를 보는 업종만 있을까.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는 중국 알리바바의 인터넷 쇼핑몰인 타오바오가 급성장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최근 언론 보도에서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내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물량 확보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 글로벌 서버용 반도체 소비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등 클라우드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이 30%로 1위인 아마존과 2위(18%)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국방부 클라우드 시스템 ‘제다이(JEDI)’ 수주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또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유튜브와 모회사인 구글도 관련 수요를 지속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 탓에 모바일 및 PC 수요가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음에도 서버용 D램 수요가 회복되면서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하루가 멀다하고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참 반가운 소식이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최대 수출 상품인 만큼 이 같은 반도체 시황은 국내 증시의 버팀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분위기는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1~2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과 맞물려 글로벌 서버 수요가 살아남으로써 이들 기업의 올해 실적도 기대해볼 만하다.

과거 반도체 경기 순환을 한 번 되새겨 보자. 2013~2014년은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모바일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올랐다. 1년6개월가량의 조정 국면이 지난 뒤 서버용 D램과 신흥국에서의 모바일 수요가 동시에 폭발하면서 반도체 빅사이클이 2016~2017년 2년 동안 지속됐다. 그리고 이제 지난 1년6개월의 조정을 뒤로하고 반도체 상승 사이클이 또다시 시작되고 있다. △클라우드 서버 △5세대(5G) 이동통신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반도체 수요 다변화로 이번 상승 사이클은 최소 2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황 개선이 정보기술(IT)산업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도 높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IT 수요 회복과 맞물리면서 그동안 침체됐던 디스플레이, 2차전지, 시스템반도체 등에 대한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도 있다. 어쩌면 올 한 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할 곳이 바로 ‘IT 강국’ 대한민국일지도 모른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있는 지금을 전도유망한 IT 기업을 저가에 매수할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코로나19 공포가 정점에 달하는 순간 델타항공 주식을 쓸어담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과거 사스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그랬다.

반도체 관련주 가운데 눈여겨봐야 할 종목으로 진공 생산 공정 확대 수혜주인 엘오티베큠이 꼽힌다. 반도체 전공정, 특히 증착 공정에서 진공 공정이 많이 사용됐으나 최근 식각 및 노광 공정에서도 진공 생산라인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후공정에서도 진공 공정이 필요한 미세화 작업이 확대되는 추세여서 국내 유일의 진공펌프 기업인 엘오티베큠의 실적 전망은 밝은 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을 이끌었던 반도체 주도주는 에스앤에스텍과 같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공정 관련주였다. 에스앤에스텍은 차기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인 블랭크 마스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실적 대비 프리미엄이 주어지면서 지난 두 달 새 주가가 2배 가까이 뛰었다. 이후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피에스케이 등 반도체 전방 투자 관련 장비 기업들이 주도주로 부각됐다.

엘오티베큠은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투자 확대 수혜주다. 앞서 말한 대로 차세대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엘오티베큠이 생산하는 진공펌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차전지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미세 공정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관련 시장의 성장성은 충분하다. 경쟁 기업으로는 절대 강자인 영국 에드워드가 있는데 최근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움직임 등으로 엘오티베큠의 수주 우위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