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결집' 바이든 부활에 슈퍼화요일서 14개 주 중 한 곳도 못이겨
'샌더스 어부지리'·'스포일러' 비판론 부담…민주·공화 오간 3선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한 지 101일만인 4일(현지시간) 중도 하차를 선언했다.

전체 대의원의 3분의 1 이상이 걸려있는 전날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기대 이하 성적표를 받아든 이튿날 선거운동 중단을 전격 결정한 것이다.

14개 주에서 동시에 실시된 슈퍼화요일 경선은 블룸버그가 처음으로 참여한 경선이라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결국 부진한 결과가 나오자 경선 중단이라는 중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슈퍼화요일' 벽 못넘은 블룸버그…101일만에 대선 중도하차
블룸버그는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14개 주 중 단 한 곳에서도 1위에 오르지 못했다.

14개 주와 별개로 미 본토가 아닌 미국령 사모아(대의원 6명 배정)에서 1위를 했지만 경선 판도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미디어 재벌로 억만장자인 블룸버그는 작년 상반기에 대선 출마를 선언한 다른 주자와 달리 작년 11월에야 출사표를 던졌다.

20명 넘게 난립한 민주당 주자 중 압도적인 인물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늦었지만 해볼 만한 승부라고 여긴 것이다.

그의 핵심 전략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꺾는 것이었다.

중도 주자 중 선두를 달리던 바이든만 꺾으면 중도 대표 자리를 꿰찰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또한 뒤늦은 출마 탓에 아이오와 등 1~4차 경선을 건너뛰고 슈퍼화요일 경선부터 참여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실제로 억만장자의 재력을 십분 활용해 광고에만 5억달러가 넘는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10%가 넘는 지지율이 나오는가하면, 바이든을 이기는 조사도 속출해 전략이 먹혀드는가 싶었다.

또 바이든이 1~2차 경선에서 졸전을 펼치며 대세론이 무너지자 블룸버그가 중도 표심을 껴안을 대안으로 부상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빗나가기 시작했다.

지난달 19일 첫 TV토론에서 '재앙'이라는 혹평을 받을 정도로 졸전을 펼쳐 큰 타격을 받았다.

아울러 과거 뉴욕시장 재직 시절 각종 언행이 도마 위에 오르며 자질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히 바이든이 지난달 29일 4차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압도적 1위에 오르며 '바람몰이' 발판을 마련하면서 이상 기류가 강해졌다.

더욱이 같은 중도 성향 주자인 '1~2차 돌풍의 주역'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중도 하차하며 바이든 지지를 선언해 버렸다.

이들이 '강성 진보' 버니 샌더스로는 대선 승리가 불투명하다며 '반(反) 샌더스 연대'를 구축한 것인데, 블룸버그 입장에서는 중도 표심이 바이든으로 쏠리는 '악재'를 만난 것이다.
'슈퍼화요일' 벽 못넘은 블룸버그…101일만에 대선 중도하차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는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반면 바이든이 최소 9곳에서 승리하는 결과가 나오자 더이상 경선전을 이어갈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스포일러'로 비친 것도 부담을 더한 부분으로 보인다.

선거전에서 스포일러는 당선 가망성이 낮지만 유력 후보의 당선에 지장을 줄 득표는 할 수 있는 후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바이든의 표를 갉아먹으면서 샌더스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주는 주자라는 평가인 셈이다.

실제로 슈퍼화요일 경선만 놓고 보더라도 바이든과 블룸버그의 득표를 단순 합산하면 샌더스 지역구인 버몬트와, 유타주를 제외하고 모두 샌더스를 이기는 결과가 나온다.

특히 최대 대의원이 걸린 캘리포니아에서도 마찬가지라 경선의 판도 자체를 중도 진영으로 확실히 끌어당길 수 있었던 셈이다.

블룸버그가 이날 경선 중단을 선언하면서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슈퍼화요일 경선이 끝난 직후 블룸버그가 바이든과의 중도 표를 분산시켜 진보 성향의 샌더스가 후보로 지명될 수 있다는 민주당 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사퇴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슈퍼화요일' 벽 못넘은 블룸버그…101일만에 대선 중도하차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2018년 블룸버그의 순자산을 약 500억 달러(약 58조9천억원)로 추정해 세계 11번째 부자로 꼽았다.

그는 전 세계 69개국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며, 1만9천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사업을 성공한 블룸버그는 정치로 뛰어들었다.

극단적 양당정치를 비판하며 중도를 강조했는데, 실제로도 민주당과 공화당을 오간 정치이력을 갖고 있다.

2001년 공화당 소속으로 뉴욕시장에 당선돼 재선까지 성공한 뒤인 2007년 공화당을 탈당했고, 2009년 무소속으로 뉴욕시장 3선에 성공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뉴욕 재건에 공을 세웠다는 평가도 받았다.

2012년 대선 때는 민주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했고, 2018년 민주당에 복당했다.

이런 이력 때문에 민주당 주자 사이에는 블룸버그의 정체성을 문제 삼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실제로 바이든은 블룸버그가 진정한 민주당원이 아니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