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확대경] 군 제대 18개월 만에 우승한 유럽투어 발리마키
임성재(22)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 클래식 우승 소식이 가려졌지만, 오만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사미 발리마키(핀란드)가 주목받고 있다.

발리마키는 오만 무스카트 현지 시간으로 1일 오후 늦게 끝난 유럽프로골프투어 오만오픈에서 브랜던 스톤(남아프리카공화국)과 3차례 연장 끝에 정상에 올랐다.

오만오픈은 임성재와 우승한 혼다 클래식과는 비교가 어려울 만큼 수준이 떨어진다.

이 대회에서 10위 이내에 든 17명 가운데 세계랭킹 100위 이내 선수가 단 한명도 없다는 사실이 대회 수준을 말해준다.

유럽투어에서 정상급 선수들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 챔피언십에 이어 혼다 클래식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발리마키와 연장전을 벌인 끝에 준우승한 스톤은 유럽투어에서 3승을 거뒀지만, 세계랭킹은 215위였다.

이번 준우승으로 그는 160위까지 올랐다.

발리마키가 받은 우승 상금은 26만5천 유로(약 3억5천만원)로 임성재의 우승 상금 126만달러(약 15억2천만원)에 한참 모자란다.

그렇지만 이번 발리마키에게 이번 우승의 의미는 남다르다.

임성재와 동갑인 발리마키는 군에서 제대한 지 1년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2차례나 전쟁을 치른 핀란드는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군 복무 기간은 1년이 채 되지 않지만, 누구나 군 복무를 해야 한다.

발리마키는 육군에서 사병으로 복무했다.

핀란드 주니어 골프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그는 군에서 제대한 뒤 프로 전향과 투어 카드 획득, 그리고 첫 우승까지를 18개월 만에 뚝딱해냈다.

프로 전향과 함께 유럽 3부 투어에 발을 디딘 그는 모로코에서 처음 정상에 올랐다.

3부 투어에서 3차례 우승을 맛본 그는 유럽 2부 투어로 올라섰다가 작년 퀄리파잉스쿨 8위를 차지해 올해 유럽투어에 입성했다.

이번 대회는 그가 유럽투어에서 6번째 출전한 대회였다.

지난달 호주에서 열린 빅 오픈에서 공동 7위를 차지한 게 첫 톱10 기록이다.

차근차근, 그러나 누구보다 빠른 발리마키의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언젠가 임성재와 함께 PGA투어에서 경쟁할 날이 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