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정부가 ‘안정’ ‘종식’ 메시지 전하던 그때 이미 지역사회 감염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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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의 방역 관리는 어느정도 안정적인 단계로 들어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입니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계 주요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전날에는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이 정례브리핑에서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집단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정부의 오판이었다. 당시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이미 대규모 지역감염이 확산되고 있었다는 것이 불과 열흘 뒤 밝혀졌다. 정부의 섣부른 '안정'과 '종식' 판단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7일 이전에 1차 집단감염 시작
중앙방역대책본부(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신천지대구교회에서 1차 집단 감염자들의 증상이 시작된 것은 7일 전후다.
이들이 9일 교회에 가서 광범위한 전파가 일어났고 이렇게 감염된 사람들의 증상은 14일 전후에 시작된 것으로 방역당국은 판단했다. 이곳 신도와 접촉자 등을 통해 국내 코로나 환자 556명 중 309명이 감염됐다.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경북 청도대남병원도 마찬가지다. 이 병원 정신병동 환자들에게 증상이 시작된 것은 15일 전후다. 이 곳 정신병동에 입원했던 환자 중 2명을 빼고 모두 감염돼 관련 환자만 111명이다.
국내 코로나19 평균 잠복기는 4일 정도다. 환자들에게 증상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10~11일께 이미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대규모 감염 상황이 전개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이유다. 대통령과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관리 가능한 범위'에 들어왔다고 판단하던 때다.
○사망자들 증상이 시작된 것도 11~12일께
정부가 '종식' 메시지를 전하던 시기는 국내 사망자들에게 증상이 처음 시작된 시점과도 일치한다. 대남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지난 21일 숨진 국내 두번째 코로나19 사망자(55·여)는 지난 11일 발열 증상이 심해졌다. 이때 증상이 시작됐을 것으로 방역당국은 추정했다.
이 환자는 폐렴 증상 때문에 대남병원 일반병동에서 치료를 받다가 집중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21일 부산대병원으로 이송했고 이후 바로 사망했다. 대구지역 환자가 급증해 의료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치료 받아야 할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는 배경이다.
경주에서 사망한 뒤 코로나19 환자로 확진된 40세 남성도 마찬가지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이 환자가 처음 기침 증상으로 동네의원을 찾은 것은 지난 12일, 기관지염 증상으로 다시 같은 동네의원을 찾은 것은 14일이다. 이 때부터 증상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혈압을 앓고 있던 환자는 지난 20일 오후 4시부터 21일 새벽 1시까지 야간 근무를 한 뒤 숨진채 발견됐다. 이 때문에 다른 추가 사인 등을 확인하고 있다. 아직 사인을 코로나19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이 환자의 경과는 그동안 국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한 의료진들이 설명했던 경과와 맞아 떨어진다.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증상 시작 1주일 째에 폐렴이 시작됐고 10일 째 되던 때 증상이 가장 심했다. 이 시기 집중 치료 여부에 따라 사망률이 갈릴 수 있다고 의료진들은 평가해왔다.
○"종식 시기상조" 주장했던 방역당국
청와대 등과 달리 질병관리본부는 시종일관 '종식을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주장해왔다. 국내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지난 14일 김 차관은 "(코로나19)가 우려하지 않는 그런 상황으로 질병에 대한 대응을 조기에 마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종식을 묻는 질문에 "아직 섣부른 판단을 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춘제로 멈췄던 중국에서 대규모 이동이 시작됐기 때문에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정부가 정치적 판단 때문에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대한의사협회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중국인 입국금지를 지금이라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예방의학회와 역학회 일부 교수들만 "과도한 공포가 문제"라며 "외국인 입국 제한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정부가 지역사회 감염 대응 체제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 스스로 예방수칙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성균관의대 감염내과 교수)은 "손씻기와 기침예절 수칙을 지키고 실내환기를 해야 한다"며 "여럿이 모이면 감염자가 섞일 수 있기 때문에 모임은 금지하고 고령층은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는 "감기가 흔한 계절이기 때문에 가벼운 호흡기 증상은 확률적으로 감기일 가능성이 높다"며 "경증이라면 4~5일 정도 집에서 격리하고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계 주요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전날에는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이 정례브리핑에서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집단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정부의 오판이었다. 당시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이미 대규모 지역감염이 확산되고 있었다는 것이 불과 열흘 뒤 밝혀졌다. 정부의 섣부른 '안정'과 '종식' 판단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7일 이전에 1차 집단감염 시작
중앙방역대책본부(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신천지대구교회에서 1차 집단 감염자들의 증상이 시작된 것은 7일 전후다.
이들이 9일 교회에 가서 광범위한 전파가 일어났고 이렇게 감염된 사람들의 증상은 14일 전후에 시작된 것으로 방역당국은 판단했다. 이곳 신도와 접촉자 등을 통해 국내 코로나 환자 556명 중 309명이 감염됐다.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경북 청도대남병원도 마찬가지다. 이 병원 정신병동 환자들에게 증상이 시작된 것은 15일 전후다. 이 곳 정신병동에 입원했던 환자 중 2명을 빼고 모두 감염돼 관련 환자만 111명이다.
국내 코로나19 평균 잠복기는 4일 정도다. 환자들에게 증상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10~11일께 이미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대규모 감염 상황이 전개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이유다. 대통령과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관리 가능한 범위'에 들어왔다고 판단하던 때다.
○사망자들 증상이 시작된 것도 11~12일께
정부가 '종식' 메시지를 전하던 시기는 국내 사망자들에게 증상이 처음 시작된 시점과도 일치한다. 대남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지난 21일 숨진 국내 두번째 코로나19 사망자(55·여)는 지난 11일 발열 증상이 심해졌다. 이때 증상이 시작됐을 것으로 방역당국은 추정했다.
이 환자는 폐렴 증상 때문에 대남병원 일반병동에서 치료를 받다가 집중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21일 부산대병원으로 이송했고 이후 바로 사망했다. 대구지역 환자가 급증해 의료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치료 받아야 할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는 배경이다.
경주에서 사망한 뒤 코로나19 환자로 확진된 40세 남성도 마찬가지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이 환자가 처음 기침 증상으로 동네의원을 찾은 것은 지난 12일, 기관지염 증상으로 다시 같은 동네의원을 찾은 것은 14일이다. 이 때부터 증상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혈압을 앓고 있던 환자는 지난 20일 오후 4시부터 21일 새벽 1시까지 야간 근무를 한 뒤 숨진채 발견됐다. 이 때문에 다른 추가 사인 등을 확인하고 있다. 아직 사인을 코로나19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이 환자의 경과는 그동안 국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한 의료진들이 설명했던 경과와 맞아 떨어진다.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증상 시작 1주일 째에 폐렴이 시작됐고 10일 째 되던 때 증상이 가장 심했다. 이 시기 집중 치료 여부에 따라 사망률이 갈릴 수 있다고 의료진들은 평가해왔다.
○"종식 시기상조" 주장했던 방역당국
청와대 등과 달리 질병관리본부는 시종일관 '종식을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주장해왔다. 국내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지난 14일 김 차관은 "(코로나19)가 우려하지 않는 그런 상황으로 질병에 대한 대응을 조기에 마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종식을 묻는 질문에 "아직 섣부른 판단을 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춘제로 멈췄던 중국에서 대규모 이동이 시작됐기 때문에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정부가 정치적 판단 때문에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대한의사협회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중국인 입국금지를 지금이라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예방의학회와 역학회 일부 교수들만 "과도한 공포가 문제"라며 "외국인 입국 제한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정부가 지역사회 감염 대응 체제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 스스로 예방수칙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성균관의대 감염내과 교수)은 "손씻기와 기침예절 수칙을 지키고 실내환기를 해야 한다"며 "여럿이 모이면 감염자가 섞일 수 있기 때문에 모임은 금지하고 고령층은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는 "감기가 흔한 계절이기 때문에 가벼운 호흡기 증상은 확률적으로 감기일 가능성이 높다"며 "경증이라면 4~5일 정도 집에서 격리하고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