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과 휴대성에 대한 고민 속에서 '폴더블'로 해답찾은 IT업계
"왜 폴더블 사야 하나"는 소비자 반응에 당위성 제공해야

◆ 폴더블 스마트폰, 이젠 대중화에 초점
올해는 지난해보다 '폴더블폰 전쟁'이 한층 더 치열해졌다. 벌써 모토로라,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내놨다. 다음주에는 화웨이도 새 폴더블폰을 선보일 예정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폴더블 폼팩터(하드웨어의 크기·형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폴더블폰으로 새로운 시장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몇 년 전부터 향후 스마트폰 하드웨어 개발은 막바지에 이를 것이고, 시장 역시 점차 정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여러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은 직사각형 디자인에 평면 디스플레이를 갖춘 폼팩터"라는 고정관념을 깨려고 노력해 왔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폴더블폰을 연달아 내놓기 시작했다는 것은 폴더블폰이 어느 정도 시장성이 확보된 상태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 폴더블 바람, 태블릿까지 옮겨왔다
스마트폰에 적용한 폴더블 기술은 태블릿으로 옮겨올 전망이다. 오는 4월경 레노버는 세계 최초 폴더블 태블릿 PC '씽크패드 X1 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운영 체제로 윈도를 택한 이 디바이스는 일반 PC와 사용 환경이 별반 다르지 않다. '씽크패드 X1 폴드'는 13.3인치의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장착했으며 무게가 1kg도 되지 않아 휴대가 간편하다. 필요에 따라 화면 반으로 접어 한 면을 키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목할 점은 폴더블 태블릿 PC에 레노버, 델 같은 일반 제조사뿐만 아니라 PC의 두뇌인 CPU를 만드는 인텔도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인텔은 올 하반기 차세대 코어 프로세서 '타이커레이크'를 선보인다. 이는 향후 폴더블 태블릿 PC의 핵심 규격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네오', 삼성전자의 '갤럭시 북S', 레노버의 씽크패드 X1에 '레이크필드'를 장착하며 폴더블 태블릿, 듀얼 스크린 등 새 폼팩터에 관심을 보인 인텔이 폴더블 태블릿PC에도 본격 뛰어든다는 의미다.
◆ "기존 기기로 다 되는데?" 질문에 해답 제시해야
소비자 눈높이가 날로 높아져 가는 상황에서, 제조사가 디바이스 크기를 작게 하면 성능이 떨어지고 반대의 경우에는 휴대성이 떨어진다. 성능과 휴대성에 대한 고민 속에서 IT 업계는 해답을 폴더블에서 찾았다. 큰 디바이스에 고도화된 성능을 탑재하면서도 휴대성을 높인 게 폴더블의 핵심.
폴더블폰, 폴더블 태블릿 대중화를 위해 사용자 경험(UX)를 끌어올리는 데에 방점이 찍힌다. UX란 사용자가 제품을 이용하면서 느끼는 총체적인 경험을 일컫는다. 여전히 스마트폰과 태블릿, 그리고 노트북이 선사하는 UX는 다르다. 예컨대 소비자들은 같은 게임이라도 모바일·PC·콘솔이 각자 다른 UI(유저인터페이스)와 UX를 제공하므로 각각의 디바이스를 선택한다. 일부 소비자들이 "기존 기기로 다 되는데 굳이 비싼 돈을 들여 폴더블 디바이스를 사야 하느냐"고 반응하는 이유다.

폴더블폰을 최초로 출시한 건 삼성전자도 화웨이도 아닌 중국의 스타트업 '로욜'의 '플렉스파이'이다. 다만 이를 기억하고 있는 이는 드물다. 소비자는 '세계 최초'가 아닌 자주 쓰는 기기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제조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는 폴더블 디바이스를 구매해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