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까지 나섰다…손 소독제 '셀프 제조' 열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소독제 수요가 급증하면서 소독제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직접 소독제를 제조해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직접 만드는 건 부작용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7일 ‘코로나바이러스 대비 락스 소독제 만드는 법’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한 유튜브 영상(사진). 해당 영상에선 유튜버가 직접 통에 든 락스를 생수가 담긴 물통에 넣어 소독제를 만든다. 전체 용량 대비 필요한 락스 양을 계산하는 수식도 나와 있다. 약사로 자신을 소개한 유튜버의 손 소독제 제조 영상은 게재 2주 만에 조회수 5만 건을 돌파했다. 인스타그램에선 이날 기준 ‘손 소독제 만들기’로 검색되는 게시글만 약 3000건에 이른다.

직접 만드는 소독제가 인기를 끌면서 약국에선 에탄올 품귀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손 소독제 패키지’라는 명목으로 에탄올과 글리세린 등을 한데 묶어 판매하는 약국도 있다. 서울 봉천동의 한 약사는 “지난주 손 소독제가 품절돼 대체품으로 에탄올을 찾는 사람이 하루 10명가량”이라고 전했다.

보건소에서도 소독제를 제조하는 방법을 홍보하고 나섰다. 경기 구리시 보건소는 ‘에탄올 250mL에 글리세린 100mL, 정제수 50mL를 섞어 손 소독제를 만든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대한약사회도 소독제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지난 3일 “미산성 치아염소산수나 소독용 에탄올, 글리세린 등을 이용해 손 소독제 자가 제조가 가능하다”며 “제조방법을 약국에 문의해달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소독제를 민간에서 직접 만드는 것은 오남용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나 SNS 등에 올라온 소독제 제조법이 제각각이고, 제조 과정에서 약물이 오염돼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홍원수 한국방역협회 회장은 “손 소독제에 들어가는 에탄올 농도는 70% 수준일 때 효과가 가장 좋다”며 “다만 약물 오남용 문제가 있는 만큼 민간에서 손 소독제를 자체적으로 만드는 것을 장려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도 “비(非)전문가의 말에 따라 알코올 솜, 락스 등의 재료로 손 소독제를 만들어 쓰면 가려움증 등 피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