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에 대한 정부 태도에서 가장 수긍하기 힘든 대목은 현 경제상황에 대한 ‘과도한 낙관’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주말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과 우한 폐렴 대책 논의 후 “최근 진행 중인 경기개선 흐름이 코로나19로 인해 제약받고 있다”고 브리핑했다. 피해 최소화에 노력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우리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라는 안이한 인식을 분명히 드러낸 발언이다.

이런 낙관론은 국정 최고책임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한술 더 뜬다. 지난주 전통시장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경제가 상당히 좋아지는 기미가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6대 그룹 총수와의 경제간담회에서도 같은 취지의 언급이 이어졌다. 따지고 보면 “돈 많이 벌어놓은 것으로 조금 버티라”고 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국무총리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대통령과 참모들은 수출·소비·투자·고용 등에서 지표개선이 뚜렷하다는 점을 경기회복 증거로 제시하지만 대부분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지난달 ‘일 기준 수출액’이 미미하게 증가했지만 비교시점의 실적이 나빴던 데 따른 기저효과 측면이 크다. 작년 소비 증가율도 1.9%에 그쳐 2013년 이후 최저다. 투자 역시 8.1% 줄어 감소율이 2018년(-2.4%)의 3.4배다. 작년 4분기 투자증가율이 1.5%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2018년 4분기 증가율(3.2%)의 절반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적용이 본격화된 2018년부터 제조업의 투자가 해외에 집중되고 있는 점도 분명하다. ‘취업자 수가 늘었다’지만 재정으로 만든 60대 이상 알바자리를 빼면 오히려 줄었다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핵심산업의 부진은 낙관론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61% 추락했다. 6% 감소한 글로벌 경쟁사인 인텔보다 크게 부진한 실적이다. 배터리 대표업체 LG화학의 영업이익률도 2018년 3.2%에서 지난해 -5.5%로 적자전환한 반면 후발주자인 중국 배터리사 CATL의 영업이익은 16% 늘었다. 자동차산업의 부진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생존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연 400만 대가 지난해 붕괴된 데 이어 올해도 자유낙하를 보는 듯하다. 1월 생산은 25만1573대로 전년 동기보다 29% 급감해 연 300만 대도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낙관편향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한 해 줄곧 대통령이 앞장서서 “거시적으로 경제가 큰 성공을 거뒀다” “총체적으로 경제는 성공”이라고 주장해왔다. 결국 지난해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이후 최저로 나타나자 “미·중 무역분쟁 속에 나름 선방했다”며 얼버무리는 행태를 보였다. 최근 우한 폐렴 사태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대응에서도 그런 안이함이 물씬 느껴진다. 우한 폐렴을 재정투입 확대 구실로 삼는 안이한 대응을 반복한다면 경제회복의 마지막 골든타임은 덧없이 지나가고 말 것이다. 총선용 지표분식에서 벗어나 중장기 성장전략을 위한 구조개혁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