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데이트 대신 영상통화·교회 안 가고 '유튜브 예배'
소독용품 품절 대란에 직접 손 소독제 만들어 쓰기도
"손님들이 중국인 종업원 꺼려"…국내 체류 중국인들 구인난에 '억울'
[코로나19 한달] 가능하면 집콕·위생 자구책까지…일상이 바뀌었다
사건팀 =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를 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이후 한 달간 시민들의 일상을 좌우한 최대 변수였다.

감염을 피하고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외출하기를 꺼리다 보니 꼭 필요한 볼일이 아니면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집콕'족이 늘었다.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예방용품이 품귀 현상을 빚자 직접 사용법을 찾아 만들어 사용하는 '셀프 위생' 방법도 널리 공유됐다.

코로나19 발생지인 중국을 출신지로 둔 국내 체류 중국인들에 대한 기피 현상도 발생했다.

'가능하면 중국인과 근거리에서 접촉하고 싶지 않다'는 일부 국내인들의 반응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인들이 늘었다.

[코로나19 한달] 가능하면 집콕·위생 자구책까지…일상이 바뀌었다
◇ 데이트·종교활동은 '랜선'으로…방학 맞은 아이들도 '집콕'
주말이면 공원이나 실내 쇼핑몰·영화관으로 몰리던 시민들은 공공장소 이용을 줄이고 집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집콕' 족이 됐다.

출·퇴근길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돌아다니지만, 퇴근 후나 주말에는 웬만하면 바깥 활동을 줄이는 이들이 많아졌다.

퇴근 후 남자친구를 만나 커피나 맥주를 마시며 데이트를 하곤 했던 직장인 김모(27)씨는 16일 "코로나19의 여파로 각자의 집에서 영상통화로 얼굴을 보는 데이트가 일상이 돼버렸다"면서 "이제 각자의 집에서 간식을 먹으며 일과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원래 영화관이나 백화점, 공원 등 집 밖에서 데이트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요새는 웬만하면 약속을 잡지 않게 된다"며 아쉬워했다.

많은 인원이 한 공간에 모이는 종교행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장모(25)씨는 "원래 목요일마다 교회에서 열리는 행사에 다녔는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기가 꺼림칙해 요새는 유튜브에 올라오는 녹화영상을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한달] 가능하면 집콕·위생 자구책까지…일상이 바뀌었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서울 은평구에서 8살·10살 된 아이들을 키우는 홍모(45)씨는 "날이 풀려 아이들을 데리고 나들이라도 가볼까 싶다가도 감염 위험이 있을지 모르니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며 "일찍 퇴근해 집에서라도 많이 놀아주려고 하지만 밖에 나가고 싶어하는 애들을 보면 안쓰럽다"고 말했다.

양천구에 사는 김승희(39)씨는 "감염 걱정에 바깥출입을 최소화한 대신 장난감을 자주 사주게 됐다"라면서 "보통 어린이날 같은 특별한 날에만 장난감을 사줬는데 이달에만 3∼4개를 사준 것 같다"고 했다.

◇ 소독제 품귀현상에 공방서 '셀프 제조'…'위생 자구책'도 활발
손 소독제 수요가 늘면서 약국이나 마트에서 소독 용품이 동나는 경우가 많아지자 정보가 빠른 시민들은 직접 소독제와 세정제를 만들어 쓰는 수준에 이르렀다.

주부 이모(35) 씨는 최근 유튜브 영상을 보고 손 소독용 젤을 직접 만들었다.

이씨는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남편이 집에 병균을 묻혀 들어올까 봐 신경이 쓰였다"면서 "같은 아파트 엄마들이 모인 카톡방에서 '손 소독제 레시피' 영상을 공유받았고, 약국에서 재료를 사서 만들어보니 생각보다 간단했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하모(29)씨는 "약국에서 손 소독제를 구하기 어려워 직접 만들어보게 됐다"면서 "어느 약사분이 올린 영상을 봤는데, 왠지 더 믿음이 가서 따라 만들었다"고 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손가락 대신 손등이나 옷소매, 담뱃갑 등을 이용해 누르라는 '위생 팁'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활발히 공유됐다.

마포구에 사는 대학생 신모(22) 씨는 "아무 생각 없이 건물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다가 멈칫해 옷 소매나 휴대폰 모서리를 이용해 누르곤 한다"면서 "처음에는 유난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한달] 가능하면 집콕·위생 자구책까지…일상이 바뀌었다
◇ 감염병 사태에 서러운 국내 중국인들…인력사무소 '텅텅'
식당 종업원이나 가사도우미를 소개하는 인력사무소에서는 중국동포나 외국인 노동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구직자도, 일할 사람을 구하는 소식도 뚝 끊겼다.

서울 남구로역에서 만난 한 중국 출신 구직자는 "12월 전까지만 해도 거리에 몇백명이 줄을 늘어섰는데 지금은 길에 사람이 없다"며 "중국 사람이 다 코로나19에 걸린 게 아닌데 중국인이면 무조건 꺼리는 것 같아 차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종로구의 한 직업소개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손님들이 중국인 직원을 꺼리기 때문에 한국인을 소개해달라는 사업장이 많다"라며 "사장님들 입장에선 혹시 직원 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사업장을 폐쇄해야 해 같이 일하기가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국적과 상관없이 중국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작업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있었다.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만난 중국동포 목수 최모(57)씨는 "큰 현장에서는 최근에 중국에 다녀온 일이 있는지 매일 여권을 확인한다"며 "그래서 일하러 갈 때 여권을 챙긴다"고 말했다.

그는 "한 작업장에서 많게는 절반까지 작업에서 배제된 적도 있다"며 "중국에 다녀온 지 1년이 지나 코로나19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일을 하지 못하게 돼 억울해하는 사람도 봤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