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임산부석에 앉은 임신부를 향해 욕설과 폭행을 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지하철 임산부석에 앉은 임신부를 향해 욕설과 폭행을 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지하철 임산부석에 앉은 임신부를 향해 욕설과 폭행을 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3일 서울동부지법 형사4단독 박준민 부장판사는 모욕·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모 재활센터에 근무하는 A씨는 지난해 5월 서울지하철 5호선 천호역에서 임산부석에 앉아있던 B씨(30)에게 다가가 폭언을 하고 발길질을 했다.

당시 A씨는 B씨에게 "야 이 XXX이. 요즘 XXX들은 다 죽여버려야 된다"며 "여기 앉지 말라고 써 있잖아. XX것이"등의 욕설을 했다. A씨는 심지어 B씨의 왼쪽 발목 부위를 수차례 걷어찬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임산부석에 앉아있던 B씨는 실제로 임신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부장판사는 A씨가 B씨를 모욕하고 폭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박 부장판사는 "임신부인 피해자에게 수치감과 불안감을 준 범행으로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피해자가 임신부임을 밝히고 난 후에도 범행이 계속된 사실은 확인되지 않고, A씨에게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은 B씨의 남편이 지난해 5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남편은 청원 글에서 "임신 13주차인 아내는 5월18일 오전 9시30분 출근을 위해 서울지하철 5호선 군자역-둔촌동역 구간의 지하철 5호선에 탑승했다"며 "아내가 일반석에서 임산부석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은 아내의 발목과 정강이, 종아리를 발로 찼고 아내는 공포심에 반항도 못 했다"며 "아내가 임산부가 맞다고 말했지만 폭언과 폭행이 계속돼 호흡곤란까지 겪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러한 일은 비단 아내에게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많은 임산부께서 임산부석에 앉았다는 이유로 폭언을 듣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서울교통공사에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