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을 공격해 한국에도 잘 알려진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번에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를 타깃으로 삼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엘리엇이 소프트뱅크 주식 25억달러어치(지분 3%가량)를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엘리엇이 단일 기업에 투자한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소프트뱅크 주식은 이날 도쿄증시에서 장중 8% 이상 급등했다.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엘리엇은 2015년 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했다. 2018년 4월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각각 매입한 뒤 두 회사의 합병과 고배당 등을 요구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AT&T와 이베이를 공격했다.

엘리엇은 소프트뱅크에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중점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프트뱅크는 최대주주인 손 회장의 지분이 22%에 달해 엘리엇이 경영권을 위협하지는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소프트뱅크 측은 “엘리엇이 이사회 이사 자리는 요구하지 않았고 이사회의 독립성과 다양성을 높이길 원했다”고 했다.

엘리엇은 특히 소프트뱅크가 운용하는 비전펀드의 의사결정 투명성 강화를 강조했다. 엘리엇은 비전펀드의 투자 절차를 검토하기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했다. 1000억달러 규모의 비전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정보기술(IT) 전문 펀드다. 공격적인 투자로 글로벌 스타트업 시장을 주도했다. 비전펀드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홀딩스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WSJ는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를 통해 보유한 알리바바, 미국 통신회사 스프린트, 차량공유업체 우버 등의 지분 가치만 2100억달러에 달하는데 시가총액은 890억달러에 불과해 투자 가치가 높다고 엘리엇이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비전펀드는 투자처와 지분 규모, 평가액 등을 투자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손 회장의 이런 방식은 작년 사무실 공유업체인 위워크의 기업공개(IPO)가 무산되면서 크게 비판받았다. 소프트뱅크는 위워크 상장 불발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으로 10억달러가 넘는 손해를 봤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