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새 중국인 해외관광객 급증·세계곳곳서 대규모 소비
2018년 해외여행 중국인 1억6천여명…러시아 인구보다 많아
중국인 관광객 제한에 호텔·면세점·카지노 등 직격탄…동남아 '위기'
"신종코로나로 세계 관광업계 사스 때보다 더 타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중국인의 해외 여행이 줄어들면서 세계 관광업계가 입을 타격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몇 배는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1일 보도했다.

2003년 사스가 중국과 홍콩 등 아시아를 강타했을 때와 비교해 세계를 여행하는 중국인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고, 이들이 각국에서 소비하는 씀씀이가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홍콩 투자은행 보콤 인터내셔널의 루야 유 연구원은 해외여행을 다니는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했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피해는 사스 때 입은 피해보다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8년 기준 해외여행을 다녀온 중국인 관광객은 약 1억6천300만명으로, 이는 인구 규모 기준으로 세계 9위를 차지한 러시아 인구(약 1억4천593만명)보다 많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세계 각국에서 소비하는 돈은 세계 여행 소매 판매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여행 소매판매란 면세점서 이뤄지는 소매판매, 공항 등 교통 요지에서 이뤄지는 소매판매 등을 일컫는다.

중국인 해외 관광객이 지난해 춘제(春節·중국의 설) 기간 세계에서 소비한 돈은 1천500억달러(약 178조2천억원)에 달한다는 게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추산이다.

제프리스의 스테파니 위싱크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여행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세계 여행 산업 성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가장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은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과 마카오다.

중국인들은 홍콩으로 여행갈 때 빈 가방을 갖고 가 명품으로 가득 채워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을 만큼 소비시장의 '큰 손'이다.

그러나 홍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본토에서 오는 개인 관광객의 입경을 거부하고 있다.

도박으로 유명한 마카오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도 확 줄었다.

올해 춘제기간 중국 본토에서 마카오로 넘어온 관광객 숫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마카오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는 라스베이거스샌즈 최고경영자(CEO) 애덜슨 셸던은 전 직원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일하고 있다며 "카지노에 갈 때마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올해 7월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외국인 관광객 4천만명을 유치하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병 후 호텔 예약을 취소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관광업계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호텔과 면세점을 운영하는 롯데그룹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예약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NH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 비중은 35%에 달했다.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국민에게 단체관광을 금지한 데 이어 개별관광까지 제한하면서 관광업으로 먹고사는 동남아 국가 호텔들의 시름은 더욱 깊은 모양새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1천100만명을 끌어들였던 태국은 올해 중국인이 200만명도 채 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고,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는 예약 취소가 잇달아 호텔 30여곳에서 600여개의 객실이 비었다.

싱가포르는 자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20%가 중국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의 자국민 단체관광 금지 조치로 싱가포르 관광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