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가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차이나타운이 조성된 서울 구로·영등포구 일대와 중국인 학생이 많은 대학 및 어린이집 등에서는 ‘우한 폐렴 포비아(공포증)’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28일 출근 시간인 오전 9시 서울지하철 2·7호선 대림역 부근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대림동에서 일하는 20대 여성 임씨는 “바로 옆자리에 근무하는 중국인 직원이 고향에 갔다가 오늘 귀국했다”며 “설 연휴 중국에 다녀온 주변 중국인들이 재채기만 하면 마음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대림역 인근 카페에서 근무하는 이씨(25)는 “평소와 달리 오늘 아침 커피를 주문한 한국인 손님은 한 명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중국인이 많이 찾는 상권 중 한 곳인 서울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일대도 마찬가지로 고객 발길이 뜸해졌다. 영등포역 지하상가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김씨는 “중국인을 기피하는 분위기로 한국인 손님이 너무 줄어 걱정”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바이러스 확산의 공포감은 대학가에도 번져나갔다. 우한 폐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8일 서울대 언어교육원은 이날 하루 모든 한국어 수업을 중단한다고 알렸다. 연세대 한국어학당과 경희대 국제교육원도 이날 하루 휴강을, 고려대 한국어센터는 29일까지 휴강을 결정했다. 31일까지 휴강하는 성균관대 한국어학당 관계자는 “경과를 보고 다음주 수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고파스’에는 중국 우한시 출신 유학생이 “한국에 돌아와 침을 뱉고 다니겠다”고 올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진이 올라왔다. 학생들은 “경악스럽다” “당장 한국에서 추방해야 한다” 등의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서도 “외국인 기숙사에 등록된 중국 학생부터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학의 중국인 유학생은 7만1067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 춘제 연휴가 끝나는 30일 중국 유학생이 한꺼번에 입국하면 방역망에 구멍이 뚫릴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 맘카페 역시 ‘우한 폐렴 공포증’을 호소하는 글로 뒤덮였다.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야 하는지를 묻거나 조선족 출신 ‘입주도우미’에 대한 걱정이 대다수였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서울 염리동의 한 어린이집에선 원생 16명 중 5명만 등원했다. 해당 어린이집 관계자는 “아침부터 중국인 학생이 명절에 고향을 다녀왔는지 물어보는 학부모들의 연락이 잦았다”며 “맞벌이 부부 말고 대부분은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주현/김순신/배태웅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