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을 3년 내 30% 수준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중장기 배당전략을 발표했다. 주식 전문가들은 배당성향 확대를 환영하면서도 중국 관련주인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등 중국 관련 변수들이 실적에 끼칠 영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3일 향후 3년 내 배당성향을 30% 수준으로 확대해 연간 잉여현금흐름(FCF)의 40% 한도 안에서 안정적인 배당을 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2017년과 2018년 아모레퍼시픽 배당성향은 각각 22.4%, 24.5%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지배주주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은 3360억원이다. 컨센서스 기준으로 추산한 지난해 결산배당은 주당 1260원(배당성향 26%)~1460원(배당성향 30%)이다.

시장에서는 배당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단기 주가 흐름에는 큰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해석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작년 하반기 이후 미·중 무역분쟁 완화 등의 호재로 주가가 크게 올랐다”며 “현재 밸류에이션 수준에서 배당성향 확대가 주가에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2일 기준으로 아모레퍼시픽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35.29배에 달한다. 30% 배당성향을 가정해도 22일 종가 기준 배당수익률은 0.65%에 불과하다.

아모레퍼시픽이 안정적 실적보다는 성장성 측면에서 매력이 있어 배당보다 실적 변수를 주목해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나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가 발생했던 2015년 당시 중국인 관광객 급감 탓에 주가와 실적 모두 타격을 입었다”며 “메르스 사태는 빠르게 수습돼 영향이 장기화되진 않았지만 우한 폐렴이 국내에 확산될 경우 강한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배당 확대 공시에도 1만1000원(4.92%) 떨어진 21만2500원에 마감했다. 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우려가 더 크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