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상생협력법이 '상호공멸법'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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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유용 증명책임을
대기업(위탁기업)에 전가하는
중기부 '상생협력법' 개정안
대기업 손발 묶는 '원님재판'으로
무고한 처벌 양산하고
시장경제 망칠 수도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대기업(위탁기업)에 전가하는
중기부 '상생협력법' 개정안
대기업 손발 묶는 '원님재판'으로
무고한 처벌 양산하고
시장경제 망칠 수도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중소벤처기업부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위탁기업(대기업)의 기술유용 행위를 추정함으로써 ‘기술유용’ 증명 책임을 위탁기업에 전가(전환)한다는 것이다. 중기부는 “증명책임의 전환이 아니라 분담”이라고 한다.
개정안은 제25조의 2(위탁기업의 입증책임) 제2항을 신설해 ‘①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거래 대상인 물품 등에 관한 유용 대상 기술자료를 제공한 사실과 ②위탁기업이 수탁기업을 배제하고 다른 거래처와 수탁·위탁거래 대상 물품 등에 관한 거래를 한 사실 또는 유사 물품 등을 직접 제조하거나 제3자에게 제조위탁을 한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기술 유용 행위의 입증책임은 위탁기업이 부담한다’고 규정했다.
요컨대 수탁기업(중소기업)이 증명해야 하는 것은 거래처인 위탁기업과 거래가 끊겼다는 사실, 그 위탁기업이 자체 생산하게 됐거나 자신이 아닌 다른 업체와 거래를 튼 사실만 증명하면 위탁기업이 기술을 유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기술을 유용하지 않았다는 증명은 위탁업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탁기업이 증명해야 할 것은 단순한 사실일 뿐이므로 어렵지 않다. 반면 위탁기업이 수탁업체의 기술을 유용하지 않았다는 증명은 기술자료 정의의 불명확성과 증명 과정에서의 고도의 전문성 등을 고려하면 아주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럼에도 “위·수탁업체 간에 증명책임을 분담시키고 있다”고 하는 것은 뻔한 편들기다. 심판자가 돼야 할 중기부가 한쪽은 밧줄로 손발을 묶고 한쪽엔 몽둥이를 안기는 격이다.
우선 ‘기술자료’의 개념이 확정적이지 않다. 수탁기업이 기술자료라고 주장하면 그것이 무슨 기술자료랄 것도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만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또 장기간 복잡하게 발전, 적용돼 온 기술자료의 특성상 기술유용 여부 증명 자체도 현실성이 없다. 예컨대 정밀화학제품을 소재로 생산되는 ‘패널 보호필름’의 경우 그 소재 자체가 ‘정의할 수 없는 다수의 물질(UVCB)’로 구성된다. 특히 ‘유사’ 물품의 제조에서 ‘유사’의 개념이 모호해 증명 곤란이 가중된다. 조사 기간에 시효도 없어 위탁기업은 분쟁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증빙자료를 기한도 없이 보존해야 한다.
개정안은 중기부에 독자적인 처벌권까지 부여한다. 위탁기업이 기술을 유용하지 않았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위탁기업은 최대 징역 1년, 벌금 5000만원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이와 같이 형벌이 수반되는 공법(公法) 영역에서 증명책임은 처벌 주체인 국가기관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 맞다. 중기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말이다. 형사소송에서도 증명책임은 국가(검사)가 부담하고,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 무죄추정원칙에 따라 피고인은 무죄가 된다. 국가 기관의 책임을 피의자에게 전가해 윽박지르는 것이 바로 원님재판이고 마녀사냥이며 죄형법정주의 위반인 것이다.
물론 사법(私法)영역에서는 정보비대칭이 심하면 피고의 고의·과실을 추정하고, 본래는 원고가 증명해야 할 것을 피고에게 증명책임을 제한적으로 전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기술 유용에 대한 중기부 조사·형벌 부과는 대기업 대(對) 중소기업 문제가 아니라, 정부 대 사기업의 문제로 사법영역이 아니다. 현재 상생협력법의 유관법인 하도급법상 증명책임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있다. 기술자료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법률’의 법리도 검토할 필요가 있는데, 여기서도 증명책임을 영업비밀 침해 의심자에게 일방적으로 전환하고 있지는 않다.
개정안은 한 번 맺은 계약은 수탁 중소기업이 놓아주지 않으면 계약기간이 끝나도 해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렇게 되면 근대 사법의 기본이념인 ‘계약자유의 원칙’이 완전히 망가진다. 혁신 중소기업의 시장 진입은 원천 봉쇄된다. 시장을 경직되게 만드는 독소 규제이고 상생협력법의 정신을 훼손하며 무고한 처벌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 결국은 시장경제를 망치게 만들 것이며 기업의 해외 탈출을 가속화할 것이다.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자칫 ‘상호공멸법’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개정안은 제25조의 2(위탁기업의 입증책임) 제2항을 신설해 ‘①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거래 대상인 물품 등에 관한 유용 대상 기술자료를 제공한 사실과 ②위탁기업이 수탁기업을 배제하고 다른 거래처와 수탁·위탁거래 대상 물품 등에 관한 거래를 한 사실 또는 유사 물품 등을 직접 제조하거나 제3자에게 제조위탁을 한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기술 유용 행위의 입증책임은 위탁기업이 부담한다’고 규정했다.
요컨대 수탁기업(중소기업)이 증명해야 하는 것은 거래처인 위탁기업과 거래가 끊겼다는 사실, 그 위탁기업이 자체 생산하게 됐거나 자신이 아닌 다른 업체와 거래를 튼 사실만 증명하면 위탁기업이 기술을 유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기술을 유용하지 않았다는 증명은 위탁업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탁기업이 증명해야 할 것은 단순한 사실일 뿐이므로 어렵지 않다. 반면 위탁기업이 수탁업체의 기술을 유용하지 않았다는 증명은 기술자료 정의의 불명확성과 증명 과정에서의 고도의 전문성 등을 고려하면 아주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럼에도 “위·수탁업체 간에 증명책임을 분담시키고 있다”고 하는 것은 뻔한 편들기다. 심판자가 돼야 할 중기부가 한쪽은 밧줄로 손발을 묶고 한쪽엔 몽둥이를 안기는 격이다.
우선 ‘기술자료’의 개념이 확정적이지 않다. 수탁기업이 기술자료라고 주장하면 그것이 무슨 기술자료랄 것도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만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또 장기간 복잡하게 발전, 적용돼 온 기술자료의 특성상 기술유용 여부 증명 자체도 현실성이 없다. 예컨대 정밀화학제품을 소재로 생산되는 ‘패널 보호필름’의 경우 그 소재 자체가 ‘정의할 수 없는 다수의 물질(UVCB)’로 구성된다. 특히 ‘유사’ 물품의 제조에서 ‘유사’의 개념이 모호해 증명 곤란이 가중된다. 조사 기간에 시효도 없어 위탁기업은 분쟁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증빙자료를 기한도 없이 보존해야 한다.
개정안은 중기부에 독자적인 처벌권까지 부여한다. 위탁기업이 기술을 유용하지 않았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위탁기업은 최대 징역 1년, 벌금 5000만원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이와 같이 형벌이 수반되는 공법(公法) 영역에서 증명책임은 처벌 주체인 국가기관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 맞다. 중기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말이다. 형사소송에서도 증명책임은 국가(검사)가 부담하고,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 무죄추정원칙에 따라 피고인은 무죄가 된다. 국가 기관의 책임을 피의자에게 전가해 윽박지르는 것이 바로 원님재판이고 마녀사냥이며 죄형법정주의 위반인 것이다.
물론 사법(私法)영역에서는 정보비대칭이 심하면 피고의 고의·과실을 추정하고, 본래는 원고가 증명해야 할 것을 피고에게 증명책임을 제한적으로 전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기술 유용에 대한 중기부 조사·형벌 부과는 대기업 대(對) 중소기업 문제가 아니라, 정부 대 사기업의 문제로 사법영역이 아니다. 현재 상생협력법의 유관법인 하도급법상 증명책임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있다. 기술자료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법률’의 법리도 검토할 필요가 있는데, 여기서도 증명책임을 영업비밀 침해 의심자에게 일방적으로 전환하고 있지는 않다.
개정안은 한 번 맺은 계약은 수탁 중소기업이 놓아주지 않으면 계약기간이 끝나도 해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렇게 되면 근대 사법의 기본이념인 ‘계약자유의 원칙’이 완전히 망가진다. 혁신 중소기업의 시장 진입은 원천 봉쇄된다. 시장을 경직되게 만드는 독소 규제이고 상생협력법의 정신을 훼손하며 무고한 처벌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 결국은 시장경제를 망치게 만들 것이며 기업의 해외 탈출을 가속화할 것이다.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자칫 ‘상호공멸법’이 될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