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카카오의 바로투자증권 인수 심사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대주주 적격성 판단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 대한 법원의 1·2심 무죄 판결로 법적 위험이 사실상 사라졌지만 금융감독당국이 몸을 사리면서 혁신금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의 증권사 인수 심사 놓고 금융위-금감원 '힘겨루기'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바로투자증권 대주주의 법적 위험에 대한 판단을 내려달라”는 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금감원이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하는 가운데 금융위가 우선 판단을 내려줘야만 심사의견을 낼 수 있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이 같은 금감원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이 심사의견을 낸 뒤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에 순차적으로 안건을 상정해 적격성 여부를 의결하는 게 정상적인 절차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는 2018년 10월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4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지난해 4월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김 의장이 계열사 현황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벌금 1억원에 약식기소되면서 심사가 중단됐다가 지난해 11월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나면서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심사 재개를 지시했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할 때 최근 5년간 중요한 형사처벌이 있는지, 진행 중인 조사·소송으로 향후 법적 위험이 있는지 등을 들여다본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달 증선위에서 김 의장과 관련한 혐의는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사안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적격성 심사 재개를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법적 위험이 크지 않다는 방향성을 제시했기 때문에 금감원이 심사의견을 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증선위가 심사 재개를 위한 중요성 여부를 판단했을 뿐 적격성 승인 여부와 관련한 판단은 별개로 내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동안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할 때 최종 판결(3심) 이후 심사의견을 내온 만큼 카카오의 경우 관행을 벗어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시장에선 금융당국의 책임 회피에 카카오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지체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또는 특혜논란 등에 대비해 금감원이 과도하게 몸을 사리면서 금융사 인가가 지체되고 제재도 늘고 있다는 불만이 많다”고 했다.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 인수 계약을 맺은 지 1년이 지나도록 당국의 승인이 나오지 않아 기존 계획했던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대주주 적격성심사는 신청 후 60일(심사중단 기간 제외) 안에 심사를 종료하도록 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달께 바로투자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금융권은 예상하고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