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일 총선용 청와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과 주형철 경제보좌관의 총선출마와 맞물려 집권 후반기 청와대 조직을 핵심 정책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정기획상황실장 자리를 기획비서관과 국정상황실장으로 분리하는 등의 청와대 조직개편 내용을 발표했다. 고 대변인은 “우리 정부 들어 청와대 조직진단에 따른 두 번째 조직개편”이라며 “현행 비서실·정책실·안보실의 3실장·12수석·49비서관 체제를 유지하되 업무분장 효율화를 위해 일부 비서관의 업무·소속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오종식 신임 기획비서관
오종식 신임 기획비서관
윤 실장이 맡고 있는 국정기획상황실을 국정기획과 국정상황실로 분리했다. 신임 기획비서관은 오종식 연설기획비서관이 맡는다. 국정운영 기조와 아젠다 설정과 함께 대통령 관련 메시지와 일정을 담당한다. 오 비서관은 민주통합당 대변인을 거쳐 청와대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을 거쳤다. 기존 연설기획비서관실에서 남은 연설 관련 기능은 신동호 비서관이 맡고 있는 연설비서관실로 통합된다.

국정운영실장에는 이진석 정책조정비서관이 임명됐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출신인 이 비서관은 사회정책, 정책조정비서관 등을 거쳐 국정운영실장까지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요직에 발탁되고 있다. 비서관급 이상 참모 가운데 문재인 정부 최장수 참모이기도 하다. 국정기획상황실을 이끌어온 윤 실장은 총선 출마 채비에 나섰다. 청와대 내부에서 윤 실장의 존재감이 상당했던 만큼 그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한 사람이 맡아왔던 역할이 둘로 쪼개지게 되는 셈이다. 출마지는 당에 일임했다. 불출마 선언을 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지역구인 서울 구로을이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이진석 신임 국정상황실장
이진석 신임 국정상황실장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신남방정책을 이끌어온 주형철 경제보좌관이 임명 10개월 만에 출마 결정을 내리면서 신남방·신북방비서관실이 신설됐다. 새로 꾸려진 신남방·신북방비서관실은 박진규 통상비서관이 지휘한다. 통상비서관을 지내며 관련 업무를 해왔던만큼 업무공백을 줄이는 한편 집권 후반기 신남방·신북방 정책에 더욱 힘을 쏟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통상’ 기능은 기존 산업정책비서관실에서 담당한다. 비서관실 명칭은 산업통상비서관실로 변경됐고, 기존 산업정책비서관인 강성천 비서관이 맡는다. 일자리기획비서관실 역시 조정 기능을 더해 일자리기획·조정 비서관실로 탈바꿈했다. 정책조정 기능을 더해 올해 일자리 부분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 밖에도 디지털혁신비서관을 과학기술보좌관 산하에 신설했다. 인공지능(AI)·5G 등 미래 먹거리 선도를 위해 현 정부 경제정책 기조 중 하나인 혁신성장에 대한 드라이브를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깔렸다는 해석이다.

선임 행정관급 국장이 맡는 담당관도 3자리가 신설됐다. 자치발전비서관 산하에 국민생활안전담당관, 산업통상비서관 산하에 소재·부품·장비산업담당관, 국방개혁비서관 밑에 방위산업담당관을 각각 만들었다.

소부장 담당관 신설은 일본 수출규제와 무관하게 기술자립 가속화를 위한 것으로 보이며, 국민안전담당관은 사회 곳곳의 안전 관련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