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비관" 잇단 가족 동반자살…지지부진한 '복지 사각지대'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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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활고를 비관한 가족 동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일 충남 천안시에선 40대 일란성 쌍둥이가,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에는 대구에서 일가족 네 명이 함께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취업난과 불황이 지속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가족 동반자살 한 달에 두 번 꼴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한해 언론에 보도된 가족 동반 자살사건은 25건이다. 해를 넘겨 보도된 대전 일가족 자살사건 등을 합치면 27건으로 두 달에 한 번 꼴로 가족 동반자살이 벌어진 셈이다.
동반자살의 다수는 생활고 비관 때문이었다.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금액이 적어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사례들이 있었다. 작년 1월 3일 발생했던 서울 중랑구 모녀 동반자살의 경우 80대 노모가 받는 노인기초연금 25만원 외엔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인천 계양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들도 정부의 지원을 받았지만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였던 A씨는 실직 후 긴급복지지원금 95만원을 3개월 동안 받았지만 직업을 구하지 못하자 지원 대상에서 탈락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지부진한 ‘복지 사각지대' 제도 개선
전문가들은 2014년 발생한 ‘송파구 세 모녀’ 사건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정부 역시 복지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정작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이 ‘중복성 현금복지’에 묻히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부양의무자 제도를 임기 내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자격이 되더라도 일정 소득 이상의 자식·부모 등(부양의무자)이 있으면 지원하지 않는 제도 때문에 광범위한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부양의무자 제도로 생계급여를 못 받는 비수급 빈곤층은 63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2018년 부양의무자 기준을 일부 완화해 추가로 4만 여 가구를 지원했다. 올해부터는 부양대상자가 중증장애인일 경우 부양의무자 제도를 적용받지 않는다. 그러나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당초 계획과 달리 ‘예산문제’를 이유로 제도개선을 늦추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마땅한 시대적 변화”라며 “정부는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국회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법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