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 2위 금융그룹인 신한금융과 KB금융이 올해도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나란히 선두의 입지를 강조하며 인수합병(M&A) 의지를 내비쳤다. 올해는 생명보험업계의 ‘대어’로 꼽히는 푸르덴셜생명이 매물로 나온다. KB금융이 인수에 성공하면 1위 신한금융과의 자산 격차를 단숨에 좁힐 수 있다.
금융 빅2 신년사 키워드…신한 '일류' vs KB '리더'
“일등 아닌 ‘일류’ 추구”

조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일류신한’이라는 키워드를 내놨다. 상대적 등수를 넘어 고객과 사회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일류’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조 회장은 “수익성, 성장성, 지속 가능성 등 경영 전반에서 한국 리딩금융그룹의 위상을 확고히 다졌다”며 “이제는 단순한 1등이 아니라 ‘일류’라는 더 큰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고객에게 일류의 가치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게 조 회장의 주문이다. 조 회장은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강화하는 관점에서 국내외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전략적 M&A를 꾸준히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 혁신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윤 회장은 ‘리더’를 새해의 단어로 꼽았다. 그는 “올해는 KB금융의 미래 성장에서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위기가 왔을 때 어떻게 극복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리더’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하면 ‘팔로어’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새해 그룹의 경영 전략으로는 ‘L.E.A.D’를 제시했다. L(level up the core·그룹 핵심경쟁력 강화), E(expansion·사업영역 확장), A(active & creative KB·역동적이고 창의적인 KB 구현), D(digital innovation-customer centric·고객중심 디지털 혁신) 등 알파벳마다 회사의 지향점을 담았다.

푸르덴셜생명 M&A로 1위 바뀔까

현재로선 신한금융이 자산 규모와 이익 면에서 KB금융을 앞서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총 자산은 각각 546조원과 506조원, 순이익은 2조8960억원과 2조7771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까지 KB금융의 자산과 이익이 더 많았으나 자산 규모가 30조원을 웃도는 오렌지라이프가 신한의 품에 안기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올해도 M&A의 향방이 리딩금융 경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B금융은 매물로 나온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자산은 10조원, 순이익은 1000억원을 넘는다. 인수에 성공하면 신한금융과의 자산·순이익 차이가 크게 줄어든다. 다른 사업의 성패에 따라 1위 자리도 다시 노려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다양한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라며 “신중하게 접근하되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르덴셜 매각가격은 2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다만 저금리 기조로 보험사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KB금융이 무리한 베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소람/정지은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