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이 역대 최저라는데 왜 내가 구입하는 물건은 비싼 것 같지?’

많은 소비자가 제기하는 의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물가상승률(물가인식)은 지난해 1.8~2.4%였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에 그쳤다. 물가인식은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대개 높게 나타나긴 하지만 지난해는 그 괴리가 유독 심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로 경기 침체 심화가 거론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가계평균 소득은 전년보다 2.7% 증가했다. 2018년 3분기(4.6%)보다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지다 보니 물가가 실제 오른 것보다 더 부담스럽게 느껴졌다는 얘기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가 부진하면 체감 물가와 지표 사이 괴리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물가 지표가 최근의 소비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자물가는 일상에서 많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 460개의 가격을 조사해 산출한다. 그런데 가장 최근에 품목을 조정한 것이 2015년이어서 그 사이 소비가 늘어난 품목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은 올해 소비자들이 많이 구입하는 품목을 다시 조사해 2021년 통계부터 변화를 반영할 예정이다.

일부 품목의 과도한 물가 하락도 체감과 지표의 괴리에 일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가격이 크게 하락한 농축수산물과 석유류는 전체 소비자물가를 0.36%포인트 낮추는 역할을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