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일입니다. 첫 강제수사 후에 122일째입니다. 그동안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검찰의 끝이 없는 전 방위적 수사를 견디고 견뎠습니다. 혹독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검찰의 영장신청 내용에 동의하지 못합니다. 오늘 법정에서 판사님께 소상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철저히 법리에 기초한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며 또 그렇게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거취를 두고 국민들이 광장서 두 진영으로 갈라섰던 데 이어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법원 앞에서도 두 편으로 갈라섰다.

조 전 장관의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26일 법원 앞에서 각각 구속과 불구속을 주장하는 두 편이 갈라져 상호간 욕설까지 주고받는 풍경이 펼쳐졌다. 광화문과 서초동, 여의도에 이어 두번째 분열 현장이다.
유재수 전 부산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문정동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유재수 전 부산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문정동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조 전 장관이 이날 출석하며 포토라인에 서자 일부 지지자들은 ‘억지수사 중단하라’는 등의 피켓을 들고 조 전 장관을 응원했다. 비슷한 시각 자유대한호국단 등 조 전 장관의 구속을 촉구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은 영장 발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조 전 장관의 불구속을 주장하는 단체인 ‘함께 조국수호 검찰개혁’ 회원 40여명은 ‘법원은 조국 전 장관의 영장을 기각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윤석열은 사퇴하라”, “정치검찰 물러나라”, “검찰개혁 조국수호” 등 구호를 외쳤다. 또 “법원은 법에 의거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법을 수호하는 최종 기관이자 보루로서 역할에 맞게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도 했다.

양측은 이 과정에서 상대측을 향해 욕설과 비난을 퍼붓는가 하면, 상대측에 자신들 구호를 큰소리로 외치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영장실질심사를 4시간 20분 간 받고 동부구치소로 이동해서 영장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밤까지 이어지는 조국 구속 찬반 집회 (사진=연합뉴스)
밤까지 이어지는 조국 구속 찬반 집회 (사진=연합뉴스)
법원의 최종 판단은 이르면 이날 밤, 혹은 다음날 새벽쯤에 나올 것으로 보이며 어떤 결과가 나오던 양측 진영간의 대립은 이어질 전망이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지난 2017년 유재수 전 부시장의 비리를 확인하고도 수사를 의뢰하지 않고 감찰을 무마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과 18일 조 전 장관을 불러서 당시 감찰 중단 경위 등을 조사한 뒤에 닷새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장관 측은 검찰조사에서 당시 감찰 중단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것이고 최종적인 정무적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면서도 법적 책임은 부인해 왔다. 반면에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비위 내용을 알고도 수사 의뢰 등을 하지 않고 석연치 않게 감찰을 중단시켜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권덕진 판사는 최근 뇌물수수·수뢰 후 부정처사 등 혐의를 받는 유 전 부시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이력이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