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박12일 유럽 휴가 떠나는 이대리…휴가원 내고도 일하는 김과장 [김과장 & 이대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과장 이대리의 엇갈린 연말 휴가 풍속도
외국계 기업, 크리스마스이후 장기휴가가 기본
휴가 갔다 사장 보고서 때문에 조기 복귀하는 경우도
외국계 기업, 크리스마스이후 장기휴가가 기본
휴가 갔다 사장 보고서 때문에 조기 복귀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연말 휴가 권장 기업
ADVERTISEMENT
LG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말에 임직원이 최장 12일간 쉴 수 있도록 연차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김 사원은 “회사 차원에서 휴가를 독려하고 있어 윗분이나 동료들 눈치를 보지 않고 긴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CJ그룹도 연차 소진을 장려하고 있다. 연말을 특별 연휴 기간으로 정하는 방식으로다. CJ그룹은 매년 크리스마스가 끝난 26일부터 31일까지를 ‘골든위크’ 로 정하고 있다. 남은 연차 범위 내에서 무조건 쉬도록 정한 기간이다. 올해의 경우 4일만 연차를 쓰면 1월 1일 공휴일을 포함해 8일간 쉴 수 있다.
ADVERTISEMENT
외국계 기업은 연말이 사실상 휴업 분위기다. 미국 등 해외 본사들이 12월 중순부터 연말까지 휴식 기간을 갖기 때문이다. 본사가 쉬기 때문에 업무를 이어가기 힘들어 남은 연차를 이용해 쉬는 경우가 많다.
외국계 정보통신(IT)회사에 다니는 김모씨는 23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휴가를 냈다. 싱가포르로 여행을 떠나 그 곳에서 새해를 맞을 계획이다. 김 씨는 “업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외국계 회사는 대체로 비슷한 분위기”라며 “팀내에는 2주간 휴가를 간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중소기업에 다니는 최모 대리는 올해도 연차 소진을 포기했다. 회식을 하던 중 부장이 기분 좋아 보이는 틈을 타 “부장님, 제가 올해 연차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요”라고 운을 뗐지만 돌아온 것은 “나도 많이 남았는데?” 라는 대답이었다. 그는 “의무소진일수도 못채워 돈으로도 못받는데 너무 억울하다”며 “매년 남은 연차를 모아 긴 휴가를 떠나는 친구들이 부럽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에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으로 이직한 데이비드 김(영어 예명·33)씨는 연차 일수에 제한이 없다는 사실이 기뻤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업무 강도가 높다보니 지난 1년 동안 나흘 밖에 못쉬었다. 부장은 “휴가 가지 말라고 눈치 주는 사람도 없는데 왜 못 갔느나”며 “제 밥그릇은 스스로 챙기라‘”는 식으로 핀잔을 줬다. 그는 올해 작정하고 열흘 정도 연말연시 휴가를 가기로 했다. 김 씨는 “올해 쉰 날을 꼽아보면 15일 안팎”이라며 “연차가 자유로운 스타트업이라 해도 일반 기업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막판에 연차를 몰아서 소진해 휴가를 떠났다가 다시 회사로 불려나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서울의 한 중견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최 과장은 연차를 낸 김에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휴가 첫 날 최 과장은 “사장에게 중요한 보고를 할 게 생겼으니 회사로 나오라”는 호출을 받았다.
‘악몽’은 그날로 끝이 아니었다. 해당 업무는 주말까지 이어졌다. 최 과장은 “휴가를 쓰고도 주 52시간 이상 업무를 했다”며 “결국 휴가 반납은 물론 주말에는 무료봉사를 한 셈”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박 대리(35)도 이달 연차를 열흘 가까이 썼지만 실제로 모두 출근했다. 부서장 평가에 직원들의 연차 소진률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장은 연차 소진을 강요했지만 업무가 많아 쉴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 대리는 “어차피 쉬지 못 할 거라고 생각하고 출근하니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고 씁쓸히 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