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과거 식민 지배를 상징하는 서아프리카 지역 공용화폐 ‘세파(CFA)프랑’이 7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세파프랑은 그동안 서아프리카 지역 경제의 ‘프랑스 종속성’을 키우는 요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알라산 우아타라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은 21일 코트디부아르 최대 상업도시인 아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아프리카 세파프랑을 새로운 화폐인 ‘에코(Eco)’로 대체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발표했다.

세파프랑은 1945년 프랑스가 아프리카 식민지 국가들을 대상으로 도입한 공용화폐다. 프랑스 프랑화 가치에 연동됐다가 유로화가 도입된 2002년 이후 1유로당 655세파프랑으로 환율이 고정됐다. 현재 기니비사우, 니제르, 말리, 베냉, 부르키나파소,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토고 등 서아프리카 8개국에서 통용되는 ‘서아프리카 세파프랑’과 카메룬, 가봉 등 중앙아프리카 6개국이 사용하는 ‘중앙아프리카 세파프랑’ 두 종류가 사용되고 있다. 이번에 폐지되는 것은 서아프리카 세파프랑이다.

세파프랑은 그동안 아프리카 지역 경제가 프랑스에 종속되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과거 프랑스 기업들이 아프리카 지역에 활발히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세파프랑 사용에 따른 환율 안정성 덕분이었다는 주장이 많다. 반면 옹호론자들은 프랑스가 세파프랑을 통해 화폐 가치를 보증해줬기 때문에 아프리카 국가들의 금융시장이 안정될 수 있었다고 맞서왔다.

이번 개혁안에는 이 외에도 프랑스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안이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외환보유액의 50%를 프랑스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없어진다. 또 서아프리카 8개국의 통화를 관장하는 서아프리카 중앙은행 이사회에서 프랑스 대표를 제외하기로 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