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한 12·16 부동산 대책…하루 만에 말 바꾼 금융위
“시가 15억원 넘는 초고가 아파트를 담보로 한 임차보증금 반환용 대출은 가능하다.”(12월 16일 오후 8시)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다.”(12월 17일 오후 5시30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발표 후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면 해당 아파트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받지 못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당국은 대책을 발표한 지 8시간 만에 임차보증금 반환용 대출은 허용한다는 예외 규정을 뒀다. 하지만 이 예외 규정도 발표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뒤집혔다. 금융당국은 예외 규정을 내놓은 지 22시간 만에 “임차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은행 대출 없이 전세를 끼고 산 다음 임차보증금 반환용 대출을 받아 세입자를 내보내는 편법이 생길 수 있다는 시장 비판을 반영한 결과다.

은행 영업 현장과 부동산 시장에선 오락가락하는 정부 방침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정부 대책 발표 후 이틀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다른 정책도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소비자들의 비난은 은행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한 은행의 임원은 “정부 발표에 따라 소비자에게 대출 안내를 해주고 있는데 계속해서 말이 바뀌니 고객 신뢰만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택담보대출을 한 번이라도 받아본 경험이 있다면 이처럼 허술한 대책을 내놓을 리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집을 구입할 때뿐만 아니라 생활비가 부족하거나 임차보증금이 없을 때도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12·16 부동산 대책으로 매매 계약이 무산됐다는 한 시민은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여준 사례”라며 “부동산시장의 현실도 모르면서 집값을 어떻게 잡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