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서 첩보 가공 흔적…울산시 공무원들도 선거개입 의혹
"하명수사로 낙선" 김기현 前울산시장 이틀째 검찰 조사(종합)
경찰의 '하명수사'로 작년 지방선거에서 낙선했다고 주장하는 김기현(60) 전 울산시장이 이틀째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16일 오전 10시 김 전 시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벌인 측근 비리 의혹 수사 전반을 묻고 있다.

김 전 시장은 전날에도 오후 2시부터 9시간여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시장은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하명수사는 없었다'는 청와대 입장에 대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겠느냐. 삼척동자도 뻔히 아는 걸 모른다고 하면 국민을 뭘로 아는 건지 모르겠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7년 12월29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하달받은 첩보 등을 토대로 김 전 시장 비서실장 박기성(50)씨의 레미콘 업체 밀어주기 의혹, 동생의 아파트 시행사업 이권개입 의혹 등을 수사했다.

경찰은 선거를 앞두고 박씨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동생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각각 송치했으나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수사를 촉발한 송병기(57) 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최초 제보 문건은 물론 첩보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반부패비서관실을 거쳐 울산지방경찰청까지 하달되기까지 생산된 문건들을 확보해 비교한 결과 단계별로 일부 가공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문건을 김 전 시장에게 제시하고 사실관계와 의심되는 출처를 확인하고 있다.

김 전 시장의 법률대리인 석동현 변호사는 "송 부시장이 정리한 문건도 나름대로 정연하고 짜임새 있게 작성됐으나, 청와대가 경찰청에 내려준 건 청와대 문서 형식으로 새로 작성됐다"며 "구체적인 부분이 추가되거나 제외된 부분이 있다.

내용은 겹치지만 전혀 다른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전 시장 측근 수사와 관련해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울산지방경찰청과 경찰청, 경찰청과 청와대가 각각 보고를 위해 주고받은 문건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명수사로 낙선" 김기현 前울산시장 이틀째 검찰 조사(종합)
검찰은 김 전 시장을 상대로 작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송철호(70) 현 울산시장 측의 선거 전략·공약 수립 과정에 대해서도 아는 게 있는지 물어볼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송 시장 측이 2017년 가을께부터 울산시 내부자료를 입수해 선거전략을 짜는 데 활용한 정황을 포착하고 문건 작성·유출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울산시 공무원들을 소환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송 시장 캠프에서 정책팀장을 맡았던 송 부시장의 사무실 등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울산시 공무원들이 선거전략 수립에 도움을 준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송 시장 캠프 쪽으로 넘어간 문건의 내용에 따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송 시장은 지난해 2월 울산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하기 전 송 부시장과 정모(53) 현 울산시 정무특보 등이 참여하는 선거준비 조직 '공업탑 기획위원회'를 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해 1월 송 부시장과 함께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장모(58) 당시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만나 공공병원 설립 관련 논의를 주고받기도 했다.

장 행정관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청와대는 "대통령 공약사항을 설명하는 일은 행정관 본연의 업무"라며 선거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김 전 시장은 울산시 공무원들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송 부시장 혼자 한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때로는 압력을 넣으면서까지 진행한 것 아닌가, 계획적이고 거대한 조직에 의해 움직인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