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르노삼성차 노조가 10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이날 새벽 부산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자마자 파업 돌입 행보에 나선 것이다.

르노삼성차 노조원 투표에서 50% 이상 찬성으로 파업이 가결되면 노조는 대의원대회를 열고 파업 수위와 시기를 정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찬반투표 압도적 가결로 사측을 심판해야 한다"며 "압도적 가결이 이뤄져야 사측이 두려워 임금 동결을 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7월부터 △기본급 15만3335원(8.01%) 인상 △노조원 한정 매년 통상임금의 2% 추가 지급 △추가 인력 채용 △임금피크제 폐지 △일시금 및 격려금 400만원 등의 요구안을 제시했다. 노조원의 임금을 10.1% 높이고 정년퇴직까지 고임금을 보장하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해 임단협을 올해 6월 24일 타결하고 한 달도 되지 않아 10%대 임금 인상을 요구한 셈이다. 수위에 있어서도 올해 국내 완성차 업체 노조 가운데 가장 강경한 요구다. 단적으로 올해 현대차 노조가 요구했던 기본급 인상액은 12만3526원이었고 그나마도 미중 무역전쟁, 한일 경제전쟁의 상황을 감안해 기본급 4만원 인상에 합의했다. 그간 노사 실무협상이 이어졌지만, 노조는 이 요구안에서 일체의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노조의 파업 탓에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의 거듭된 파업에 르노그룹이 닛산 로그 위탁계약을 연장 없이 종료했다. 닛산 로그는 지난해 부산공장 자동차 생산대수 21만5680대의 절반인 10만7251대를 차지한 차량이다.

닛산 로그를 대체할 후속 모델 배정도 희망적이지 않다. 노조 파업을 이유로 르노그룹이 신차 배정에 반대하고 나선 탓이다. 르노삼성은 닛산 캐시카이 3세대, 신형 XM3 수주를 추진했지만, 올해 초 캐시카이 유치에 실패했다. XM3 역시 내수 물량은 확보했지만 연 8만대에 이르는 유럽 수출물량은 아직도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부산공장 생산물량은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뒤늦게 유럽향 XM3 배정이 이뤄지더라도 생산설비 구축 등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내년 하반기까지는 공장을 놀려야 한다.

때문에 르노삼성은 기존 60대였던 시간당 생산량을 45대로 줄였다. 생산량 변경으로 발생한 잉여인력 400명에 대한 전환배치와 근속연수에 따라 2~3년치 급여를 지급하는 희망퇴직도 시행 중이다. 다만 노조가 전환배치에 반발하고 희망퇴직 신청자도 적은 탓에 900명 규모의 추가 구조조정도 검토하고 나섰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10%대 임금 인상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회사 측 시각이다.

노조는 예정대로 파업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회사 측이 제기한 행정소송 결과가 남아 실제 파업 돌입은 늦어질 수 있다. 회사 측은 부산공장 외에도 전국 영업점과 기흥연구소 등이 있는 만큼 쟁의 조정을 부산지방노동위원회가 아니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해야 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