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는 일상에 영향 미칠 39개 항목 중 하나일 뿐"
'삶의 질' 따질 저인망 개발…스코틀랜드·뉴질랜드도 지지
경제성장을 의미하는 국내총생산(GDP)의 증가에 집착하지 않고 국민의 실질적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두고 나라 살림살이를 꾸리는 국가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며 GDP보다 환경과 국민건강 등을 망라한 '웰빙 지표'를 더 중요하게 고려했다.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는 최근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 연설을 통해 계획을 밝히며 국가의 발전을 측정할 잣대로 GDP가 아닌 다른 섬세한 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슬란드에서 약 700년의 역사를 지닌 '오크예퀴들'(Okjokull) 빙하가 지구온난화 때문에 녹아 사라진 점을 언급하며, 이런 환경 재앙이 정부가 새로운 지표를 고민하게 된 계기라고 밝혔다.

아이슬란드 총리실 직속 기구인 '웰빙지표위원회'는 지난 9월 국가의 웰빙을 측정을 위한 39가지 지표를 담은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들 지표는 사회, 경제, 환경 등 세 항목으로 크게 나뉘는데 세부항목에는 기대수명, 건강, 평생학습, 상호신뢰, 안전, 노동시간, 직업 만족도, 공기질 등 일상에 미치는 변수가 빼곡하게 담겼다.

GDP는 물가상승, 구매력, 가계대출 등과 함께 경제 분야를 이루는 5개 세부항목 중 하나이자 전체 39개 세부항목 중 하나로 '강등'을 당하고 말았다.

웰빙지표위원회는 이들 항목에 대한 통계를 작성할 것을 아이슬란드 정부에 촉구했다.

특정 기간에 발생하는 생산의 총량, 즉 경제적인 성과만 강조하는 GDP가 한 사회의 발전 정도를 측정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예전부터 나오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는 지난달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게재한 칼럼에서 GDP는 기후변화, 불평등, 디지털 서비스 등 현재 사회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세계가 기후, 불평등, 민주주의의 세 가지 존망 위기에 직면했으나 경제 성과를 측정하는 현재 지표들은 이런 문제들을 전혀 포착해내지 못한다며 사회 발전까지 잴 새 도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아이슬란드 외 다른 나라 정치 지도자들도 GDP보다 국민의 웰빙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 8월 세계적인 지식 콘퍼런스인 테드(TED) 강연에서 현대 국가들에 정신 건강, 육아와 육아휴직, 그린 에너지에 더 투자할 것을 촉구했다.

그랜트 로버트슨 뉴질랜드 재무장관은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일상에서 이득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정신 건강 서비스, 아동 빈곤과 가정폭력 퇴치 등에 집중한 '웰빙' 예산안을 올해 5월 공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