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유럽과 중동 항공당국이 독자적으로 안전 인증 절차를 밟기로 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추락 사고가 두 차례 발생한 보잉의 737맥스 기종을 인도 전에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보잉의 최신 기종 777X에 대해 독자적인 인증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다. 777X 기종은 보잉이 737맥스 기종 사고 이후 내놓는 첫 신형 여객기다.

중동 아랍에미리트 항공당국도 777X 기종의 안전 검사를 따로 진행하기로 했다. 아랍에미리트 국영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은 보잉의 주요 고객으로 2021년 777X 기종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도받는다.

유럽과 중동의 별도 인증·검사는 이례적 조치로 평가된다. 그동안 미국에서 제조한 항공기는 타국에서 별도의 정밀 조사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규제당국은 서로의 인증을 광범위하게 인정해왔다. 보잉 항공기는 미국이, 프랑스 에어버스의 항공기는 유럽당국이 시행하는 인증을 각각 인정해주는 암묵적 관행이 깨지는 셈이다.

보잉에 대한 안전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여객기와 지난 3월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보잉 737맥스 기종은 총 346명이 숨지는 참사를 냈다. 두 번의 충돌 사고로 보잉의 항공기 제어시스템과 FAA 인증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편 FAA는 이날 보잉에 서한을 보내 737맥스를 항공사에 인도하기 전 FAA가 직접 검사하겠다고 통보했다. 지금까지는 보잉의 자체 인증서를 인정해줬다. FAA는 “737맥스의 안전이 담보될 때까지 인도 전 승인 권한을 보잉에 돌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