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온라인 개인 간(P2P) 대출업체에 칼을 빼들었다. 모든 P2P 대출업체에 2년 안에 사업을 접으라는 지침을 내렸다. 최근 가계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P2P 대출업체를 이용한 소비자 대출이 급증해 금융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온라인 대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중국인터넷위험전문관리대표팀(CIFRSRWL)은 전날 모든 P2P 업체에 이달 말을 기준으로 2년 안에 소규모 대출회사로 전환할 것을 지시했다. 또 모든 P2P 업체가 소규모 대출회사로 바뀌기 1년 전까지 회수하지 못한 대출금을 정리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만기가 긴 50억위안(약 8400억원) 이상의 미회수 대출은 정리하는 데 2년의 추가 시간이 주어진다.

자본금이 5000만위안(약 84억원) 미만인 P2P 업체는 지방의 소규모 대출회사로, 자본금이 10억위안 미만인 업체는 전국 단위 소규모 대출회사로 전환할 수 있다. 하지만 신용 위험이 심각하고 사기성이 있는 P2P 업체는 소규모 대출회사로 바꿀 수 없으며 문을 닫아야 한다.

P2P 대출업체는 여윳돈이 있는 사람을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해주는 중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중소기업·개인의 대출 수요와 투자처가 필요한 투자자의 수요가 맞물리면서 중국에서 P2P 대출 서비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중국 정부도 금융산업 분야 혁신을 지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이에 힘입어 한때 투자자만 5000만 명에 이르고 대출 규모도 1조위안에 달했다.

하지만 관리 감독이 느슨한 탓에 대출 사기가 잇따르고 불법자금 조달 통로로 악용되는 등 문제가 불거졌다. 2016년 중국 대형 P2P 대출 플랫폼 이쭈바오가 전국적으로 90만 명 투자자에게서 500억위안을 가로챈 게 대표적이다. 이는 중국 역사상 최대 금융 다단계 사기로 기록됐다.

올해 7월엔 광둥성에 있는 P2P 대출업체 퇀다이왕이 불법자금 조달 모집으로 정부 단속에 적발돼 44명이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업체는 약 22만 명으로부터 145억위안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이 사건으로 투자금을 잃을까 우려한 투자자 1000여 명이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여우 사냥’이라 불린 작전명으로 P2P 대출업체를 대대적으로 단속했다. 투자자와 대출자를 대폭 줄이고 사업 규모도 축소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 4월엔 조사를 이유로 각 업체 고위 임원에게 여행 금지령까지 내렸다. 상하이시 당국은 지난달 40여 개 P2P 업체에 신규 상품을 판매하지 말고 진행 중인 서비스도 단계적으로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P2P 대출업체의 무분별한 대출로 각종 사회문제가 생기자 중국 당국이 규제에 나섰고, 이에 따라 업체 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 한때 6000곳에 달하던 업체는 지난달 기준 427곳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들어서만 1400개 업체가 사라졌다. 중국 최대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루팍스도 지난 7월 P2P 대출 사업을 정리했다. 업계에선 이번 지침으로 전국 단위 소규모 대출회사로 전환할 수 있는 업체는 30여 곳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강현우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