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거취'에 쏠리는 눈…LG·삼성 임원인사 초읽기
LG, 조성진 부회장 사임 뜻…후임 권봉석·송대현 거론
27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오는 28일, 삼성은 이르면 이번주 또는 다음달 초 이사회를 열고 정기 임원 인사 명단을 확정해 발표한다. 두 그룹 모두 대내외 어려운 경형환경을 극복하고 있는 상황으로 예년과 달리 '승진잔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조 부회장은 구광모 LG 회장에게 세대교체 및 개인사유를 이유로 사의를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구 회장은 일단 조 부회장의 사표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탁기 장인'으로 유명한 조 부회장 스스로 LG전자 세대교체를 위해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자·가전도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적용이 핵심 트렌드로 떠오른 만큼 이를 진두지휘할 수 있는 인물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국내외 복잡한 경영 변수가 큰 상황에서 조 부회장만한 노련한 장수를 바꾸기 힘들단 목소리가 있는 반면, 40대 젊은 총수 구 회장이 내세운 '혁신과 변화'를 수행할 만한 새 얼굴이 등장할 타이밍이란 분위기도 감지된다.
조 부회장의 거취는 이사회에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조 부회장이 물러난다면 후임 CEO로는 LG전자 권봉석 MC·HE부문 사장과 송대현 HA부문 사장이 거론된다. 송 사장이 권 사장보다 3년 선임이지만 구 회장이 AI·빅데이터로의 체질 개선을 강조하고 있어 이 분야에 더 전문성이 있는 권 사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권영수 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은 유임이 점쳐진다.
이들 3부문장 체제로 세대교체가 된 지 2년 밖에 안 된 데다,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결과가 이르면 연내에 나올 것으로 보여 인사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란 게 재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김기남(부회장) 반도체(DS) 부문장은 올해 담당 영역인 삼성 반도체 실적이 전년 대비 반 토막 난 상황이다. 다만 이 부회장이 실적 부진이 경영 실책보다는 '메모리 불황'이라는 시장 상황 탓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이 '반도체 초격차'를 선언한 상황에서 메모리사업부 사장(2013년), 시스템LSI사업부 사장(2014년) 등을 두루 역임한 반도체 전문가인 김 부회장을 교체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김현석(사장) 소비자가전(CE) 부문장도 유임이 유력하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올해 압도적 1위를 유지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냈다. 가전 라이벌 LG와의 'TV 전쟁'에서도 '화질' 대신 '판매량 1위' 이미지로 돌파하는 등 적절히 대처했다는 게 내부 평가다.
다만 삼성이 올해 대형 패널 전략을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뒤늦게 전환한 점은 김현석 사장으로선 뼈 아플 수 있는 결정이다. 2013년 삼성이 대형 OLED 패널에서 발을 빼도록 주도한 인물이 김 사장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대형 OLED 패널에서 LG에 뒤처진 상황. 재계 관계자는 "단 이번 인사에서 김 사장을 교체한다면 삼성이 과거 전략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라 부담스러운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동진(사장) 스마트폰(IM) 부문장은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6년 만에 3억대 밑으로 내려온 게 유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고 사장의 '위기관리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점, 올해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한 점은 플러스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첫 폴더블폰 '갤럭시폴드'도 기기 결함 논란 발생 이후 6개월 만에 재출시해 새로운 폼팩터(특정 기기 형태)로 안착시킨 점도 내부에서 고 사장을 호평하고 있는 대목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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