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거취'에 쏠리는 눈…LG·삼성 임원인사 초읽기
삼성과 LG의 정기 임원 인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김기남·김현석·고동진 '삼두 체제'를 유임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구광모 LG 회장도 변화보단 안정을 택할 것으로 점쳐진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오는 28일, 삼성은 이르면 이번주 또는 다음달 초 이사회를 열고 정기 임원 인사 명단을 확정해 발표한다. 두 그룹 모두 대내외 어려운 경형환경을 극복하고 있는 상황으로 예년과 달리 '승진잔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 사표낸 조성진…체질개선이냐, 불확실성 대응이냐 '변수'
'조성진 거취'에 쏠리는 눈…LG·삼성 임원인사 초읽기
먼저 임원 인사를 발표할 LG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의 거취에 눈길이 쏠린다.

조 부회장은 구광모 LG 회장에게 세대교체 및 개인사유를 이유로 사의를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구 회장은 일단 조 부회장의 사표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탁기 장인'으로 유명한 조 부회장 스스로 LG전자 세대교체를 위해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자·가전도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적용이 핵심 트렌드로 떠오른 만큼 이를 진두지휘할 수 있는 인물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국내외 복잡한 경영 변수가 큰 상황에서 조 부회장만한 노련한 장수를 바꾸기 힘들단 목소리가 있는 반면, 40대 젊은 총수 구 회장이 내세운 '혁신과 변화'를 수행할 만한 새 얼굴이 등장할 타이밍이란 분위기도 감지된다.

조 부회장의 거취는 이사회에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조 부회장이 물러난다면 후임 CEO로는 LG전자 권봉석 MC·HE부문 사장과 송대현 HA부문 사장이 거론된다. 송 사장이 권 사장보다 3년 선임이지만 구 회장이 AI·빅데이터로의 체질 개선을 강조하고 있어 이 분야에 더 전문성이 있는 권 사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권영수 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은 유임이 점쳐진다.
◆ 삼성은 김기남·김현석·고동진 '트로이카 체제' 다시 한 번
왼쪽부터 김기남 DS부문장(부회장), 김현석 CE부문장(사장), 고동진 IM부문장(사장).
왼쪽부터 김기남 DS부문장(부회장), 김현석 CE부문장(사장), 고동진 IM부문장(사장).
삼성전자는 김기남(반도체)·김현석(소비자가전)·고동진(모바일) '트로이카 체제'로 다시 한 번 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들 3부문장 체제로 세대교체가 된 지 2년 밖에 안 된 데다,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결과가 이르면 연내에 나올 것으로 보여 인사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란 게 재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김기남(부회장) 반도체(DS) 부문장은 올해 담당 영역인 삼성 반도체 실적이 전년 대비 반 토막 난 상황이다. 다만 이 부회장이 실적 부진이 경영 실책보다는 '메모리 불황'이라는 시장 상황 탓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이 '반도체 초격차'를 선언한 상황에서 메모리사업부 사장(2013년), 시스템LSI사업부 사장(2014년) 등을 두루 역임한 반도체 전문가인 김 부회장을 교체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김현석(사장) 소비자가전(CE) 부문장도 유임이 유력하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올해 압도적 1위를 유지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냈다. 가전 라이벌 LG와의 'TV 전쟁'에서도 '화질' 대신 '판매량 1위' 이미지로 돌파하는 등 적절히 대처했다는 게 내부 평가다.

다만 삼성이 올해 대형 패널 전략을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뒤늦게 전환한 점은 김현석 사장으로선 뼈 아플 수 있는 결정이다. 2013년 삼성이 대형 OLED 패널에서 발을 빼도록 주도한 인물이 김 사장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대형 OLED 패널에서 LG에 뒤처진 상황. 재계 관계자는 "단 이번 인사에서 김 사장을 교체한다면 삼성이 과거 전략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라 부담스러운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동진(사장) 스마트폰(IM) 부문장은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6년 만에 3억대 밑으로 내려온 게 유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고 사장의 '위기관리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점, 올해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한 점은 플러스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첫 폴더블폰 '갤럭시폴드'도 기기 결함 논란 발생 이후 6개월 만에 재출시해 새로운 폼팩터(특정 기기 형태)로 안착시킨 점도 내부에서 고 사장을 호평하고 있는 대목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