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모두의 삶에 선물과 같은 존재입니다. 듣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습니다.”
"바이올린 발전 보여주는 베토벤 소나타 연주"
‘바이올린 여제’ 안네 소피 무터(56·사진)가 오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24일 서면으로 먼저 만난 그는 “제가 하는 연주로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무터가 한국을 찾는 것은 1984년 첫 방한 이후 여섯 번째다. 3년 만에 한국에서 여는 이번 리사이틀은 내년 베토벤 250주년 탄생을 기념하는 세계 투어의 일환이다. 연주곡도 모두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다. 대조되는 분위기로 자주 함께 연주되는 4번과 5번 ‘봄’,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중 가장 많이 연주되는 9번 ‘크로이처’를 들려줄 예정이다. 무터는 “세 곡을 고른 것은 바이올린 소나타의 발전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베토벤은 18세기 초반까지 피아노 같은 수준의 솔로 악기가 아니었던 바이올린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4번은 상대적으로 바로크적인 데 비해 5번은 그보다 크게 발전해서 바이올린과 피아노 사이의 관계가 훨씬 밀접해집니다. 9번은 더 나아가 바이올린 콘체르토(협주곡) 같은 느낌을 줍니다.”

무터는 1998년 베토벤 소나타 전곡 앨범으로 에코클래식상과 그래미상을 받았다. 당시 연주가 호평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베토벤을 연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태양도 매일 뜨지만, 하루하루가 다르듯 20년 전의 연주와 지금의 연주는 모든 점에서 달라졌다”며 “템포, 프레이징, 아티큘레이션 등에서 전부 다르다”고 했다.

무터의 이름 앞에 ‘여제’ ‘전설’ 등의 수식이 붙는 것은 1976년 열세 살에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데뷔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이후 최고의 자리에서 큰 기복 없이 꾸준히 무대에 서 왔기 때문이다. 카라얀의 눈에 들어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데뷔 음반도 카라얀과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과 5번을 녹음했다.

무터는 성인이 돼서도 정경화, 빅토리아 물로바, 고토 미도리 등과 함께 바이올리니스트 선두권에 늘 이름을 올렸다. 지금도 율리아 피셔, 힐러리 한 등 후배들과 함께 바이올린 연주에서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며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무터는 꾸준한 활동을 가능케 한 자기 관리법을 소개했다. 그는 “세계 곳곳으로 공연하러 다녀야 해 자녀들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다”며 “일하면서 소중한 사람들과 물리적으로 자주 만날 수 없으니 정서적으로 머무는 곳을 ‘집’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스스로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요소 중 하나로 ‘인간관계’를 꼽았다. 무터는 이번 내한 무대도 20년 넘게 수많은 무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램버트 오키스와 함께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