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시위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홍콩 구의원 선거가 24일 치러졌다. 지난 6월 초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지방선거다. 홍콩 민심을 드러내는 가늠자가 될 것이란 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홍콩 18개 선거구에서 구의원 452명을 뽑는 이날 선거는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치러졌다. 선거구별 당선자는 25일 오전부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선거 열기를 보여주듯 홍콩 도심 센트럴에서 외곽 위엔룽에 이르기까지 투표소 곳곳은 몰려든 유권자로 긴 줄이 형성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하는 데 한 시간 이상 기다리기도 했다.지방선거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30분 현재 투표율은 66.5%(274만8244명)에 달했다. 투표 종료 2시간을 남겨둔 상황에서 2015년 구의회 선거 때 최종 투표율(47.01%)을 훌쩍 뛰어넘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최고 투표율인 2016년 입법회 선거(58.28%) 기록도 경신했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치러진 이번 선거는 가장 예측하기 힘든 선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5년 구의원 선거 당시 친중파 진영은 총 452석 가운데 327석을 차지했고, 범민주 진영과 무소속이 각각 118석과 7석을 얻었다. 하지만 올해 선거는 반중 정서가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 열리면서 야권 범민주 진영이 우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범민주 진영은 2003년 국가보안법 사태 직후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도 반정부 시위 흐름을 타고 승리했다. 범민주 진영이 승리하면 중국 중앙정부의 강경한 대응 방침 등으로 최근 수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시위대에 큰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 요구가 활기를 띨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야권이 과반 의석까지 달성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이번 선거는 차기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위한 전초전 의미도 지닌다. 452명 구의원 중 117명은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200명의 선거인단에 포함된다. 구의원 선거에서 이긴 진영은 선거인단 117명을 독식한다.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평화적인 분위기서 이미 240만명 넘어…6개월 시위사태 속 민심 바로미터3만 경찰 비상대기 속 투표소 인근 배치는 자제…내일 오전 당선 윤곽홍콩 민주화 요구 시위의 향배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홍콩 구의원 선거가 24일 홍콩 유권자들의 뜨거운 참여 속에서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다.이번 구의원 선거는 외형만 보면 풀뿌리 단계의 선거일 뿐이다.하지만 지난 6월 이후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반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홍콩인들의 민심을 정확히 드러내는 첫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오전 7시 30분(현지시간)부터 홍콩 일반 투표소 610여곳과 전용 투표소 23곳에서 일제히 투표가 진행 중이다.이날 투표는 오후 10시 30분까지 진행된다.선거구별 당선자는 25일 오전부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어느 때보다 뜨거운 선거 열기를 보여주듯 도심 센트럴에서 외곽의 위엔룽에 이르기까지 상당수 투표소는 몰려든 유권자들로 긴 줄이 형성됐다.일부 지역에서는 밤늦게까지 투표하는 데 한 시간 이상 기다리기도 했다.이날 선거는 홍콩 사상 가장 많은 시민이 참여한 선거라는 새 기록을 세웠다.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후 6시 30분 현재 249만4천618명이 투표에 참여했다.이는 앞서 가장 많은 220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던 2016년 입법회 의원(국회의원) 선거 때보다 많은 숫자다.투표 종료까지 네 시간을 남겨둔 현재 투표율도 60.36%로 4년 전 구의원 선거 때의 47.01%보다 훨씬 높았다.앞서 이날 선거를 위해 등록한 유권자는 413만명으로, 지난 2015년 369만명보다 크게 늘었다.투표소 주변에서는 우려했던 큰 혼란이 빚어지지는 않았다.위엔룽 지역 투표소에서 줄을 서 있던 찬(31)씨는 로이터 통신에 "전에는 이런 선거를 본 적이 없다"며 "현재 상황 때문에 투표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 등 여야 정치인들도 이날 이른 오전 투표를 했다.3만명이 넘는 경찰이 투표소 인근에 투입돼 비상 근무를 서고 있다는 홍콩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왔지만, 투표소 인근에서 경찰의 모습을 직접 찾아보기는 어려웠다.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폭동진압 경찰을 배치했지만 선거 영향 논란을 의식한 듯 최대한 유권자들의 눈에 직접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경비를 서고 있다.민주화 요구 진영에서도 선거일에는 최대한 폭력을 자제하고 투표로 현 정부를 심판하자는 목소리가 크다.시위대가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토론 사이트 'LIHKG'에서는 많은 이용자가 "선거를 파괴하지 말자"고 제안했다.전체적으로 투표 절차가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지만,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지면서 부정선거 고발 건수는 크게 늘었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번 선거와 관련해 4천800여 건에 달하는 부정선거 고발이 접수됐다고 보도했다.이날 트위터에서는 중국 본토와 가까운 삼수이포 지역에서 누군가가 노인들에게 주황색 가방을 무료로 나눠주는 장면이 찍힌 사진이 올라왔다.다만 이 행위가 선거와 관련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또 샤틴 지역의 한 투표소에서 능(63)모씨는 이미 누군가 자신의 이름으로 투표를 하고 갔다고 선거 관리 당국에 신고하기도 했다.홍콩 시민들은 이날 선거를 통해 18개 선거구에서 구의원 452명을 뽑는다.현재 홍콩 내 친중파 정당 중 최대 세력을 자랑하는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이 115명의 구의원을 거느린 것을 비롯해 친중파 진영은 327석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18개 구의회 중 절대다수를 친중파 진영이 지배하고 있다.반면 범민주 진영은 118석으로 친중파 진영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민주당이 37명으로 가장 많은 구의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다음으로 신민주동맹(Neo Democrats)이 13석을 보유하고 있다.이번 선거는 지난 6월 8일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100만명 행진을 계기로 홍콩에서 전면적인 민주화 요구 운동이 벌어진 이후 진행되는 첫 선거라는 점에서 역대 구의원 선거와는 정치적 위상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선거로 평가된다.아울러 이번 선거는 차기 행정장관 선거를 위한 전초전의 의미도 갖는다.452명 구의원 중 117명은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천200명의 선거인단에 포함된다.홍콩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은 유권자의 직접선거가 아닌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선출된다.구의원 몫의 117명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것은 진영 간 표 대결을 통해 이뤄진다.따라서 구의원 선거에서 이긴 진영이 선거인단 117명을 독식하게 된다.아울러 홍콩은 내년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입법회 의원 선거도 앞두고 있다.전문가들은 최대 수백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수개월째 이어진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야권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한다.지난 2003년 국가보안법 사태 직후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도 범민주 진영이 반정부 시위 흐름을 타고 승리한 바 있다.다만 올해 야권이 과반 의석까지 달성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범민주 진영이 승리할 경우 중국 중앙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 등으로 최근 들어 수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시위대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 요구가 활기를 띨 가능성도 있다.하지만 친중파 진영은 최근 두드러지는 시위대의 폭력에 반감을 가진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이 이날 투표를 통해 표출될 것이라고 주장한다.홍콩 민주화 요구 시위는 최대 수백만 명까지 참여하면서 폭넓은 호응을 얻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경찰의 강경 진압 속에서 시위대 역시 상점 파괴와 도로 교통 마비 등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하면서 온건·중도층의 참여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친중국 진영이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둔다면 수세에 몰린 시위대의 기세가 더욱 꺾일 가능성이 크다./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정부가 1단계 무역협상 합의를 앞두고 상대국의 협상 자세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중 무역합의가 진통을 겪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평등’이라는 말이 싫다”며 “미국은 이제 바닥을 떠났는데 중국은 벌써 천장에 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날 두 나라의 상호 존중을 강조하며 “무역합의가 평등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한 반응이다.두 나라 정상의 불협화음은 무역합의에 대한 근본적 시각차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바닥이고 중국이 천장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중국의 ‘부당 이익’을 회수하려면 아직 멀었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반면 중국은 미국 쪽으로 기울어진 무역협상은 역사적 굴욕이라고 여기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신경제포럼에서 “중국몽(中國夢·과거 중국의 영광을 되살리자는 슬로건)은 패권몽이 아니다”며 중국이 다시는 굴욕을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미국과 중국 정부는 홍콩 문제를 두고도 첨예하게 대립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서 열린 국제안보포럼에서 “홍콩 시위를 모른 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우리는 연내 중국과 무역합의를 이루길 바란다”며 “동시에 홍콩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남중국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모른 척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은 대대적으로 일방주의와 보호주의 정책을 펴면서 다자주의와 다자무역 체계를 망가뜨리고 있다”며 “미국이 글로벌 불안정의 가장 큰 근원이 됐다”고 주장했다. 왕 장관은 이어 “미국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가 기관을 이용해 합법적인 중국 기업을 압박하고 날조된 죄명을 붙였다”며 “이는 철두철미한 패권주의 행태”라고 말했다.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