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우린 중국이 싫다"
1997년 홍콩 반환을 앞두고 30여만 명의 홍콩인이 해외로 이주했다. 당시 캐나다 밴쿠버는 이민 온 홍콩인이 워낙 많아 ‘홍쿠버(Hongcouver)’로 불릴 정도였다.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홍콩 민심을 달랬다. “50년간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나라 두 체제)’를 약속했던 덩샤오핑 동지의 유지를 굳건히 받들겠다.”

중국 지도자들은 이후에도 ‘일국양제’를 줄기차게 얘기했지만 오히려 홍콩에 대한 통제 수위를 높여갔다.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던 ‘우산 시위’를 힘으로 눌렀다. 2015년엔 중국 지도부에 비판적인 책을 팔아온 서점 관계자들을 납치해 중국으로 끌고 갔다. 홍콩 언론을 통제하고 반체제 지식인들에 대한 테러를 사주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6월 초 중국과의 ‘범죄인 인도 협정’ 체결을 막기 위해 시작된 홍콩인들의 시위가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전보다 더 격렬하고 반(反)중국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홍콩의 언론 자유, 법치, 인권이 중국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본토인의 대규모 유입으로 인한 집값 폭등과 일자리 부족도 ‘반중(反中) 감정’을 자극했다.

시위대 주축은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태어난 1020세대다. 이들은 의사당을 점령해 중국 국기를 걷어내고 22년 전 내려졌던 ‘영국령 홍콩기’를 내걸기도 했다. 일부 시위 참여자는 영국 국기와 미국 국기를 흔들며 ‘홍콩 독립’을 요구했다. 영국 통치를 경험하지 않은 세대의 이런 행동은 홍콩인의 중국 공산당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공산당은 홍콩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에 “내정 간섭이며 주권 침해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시위 강제진압을 고수하고 있다.

시위대는 “홍콩의 오늘이 세계의 내일”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와 ‘위대한 중화 부흥’을 내건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몽(中國夢)’이 실현되는 날 전 세계가 지금 홍콩인의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도 2006년 <중국이라는 거짓말>에서 “중국이 위협적인 것은 경제적 영향력 때문이 아니라 공산당 지배체제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시위가 강제 진압으로 인한 홍콩인의 절규로 끝난다면 존경받는 진정한 리더가 되겠다는 ‘중국몽’도 중국만의 일장춘몽(一場春夢)에 그칠 것이다.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