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를 제외한 일본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올 상반기(4~9월) 일제히 부진한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미·중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줄어든 것이 직격탄이 됐다. 일본차는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공을 들였던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의 성과도 좋지 못했다. 여기에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차세대 차량 개발에 대규모 연구개발비가 들어가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日 자동차 기업 상반기 '실적 참사'…닛산 -85%, 미쓰비시 -82%
닛산자동차는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한 5조630억엔(약 54조2434억원), 영업이익은 85.0% 줄어든 316억엔(약 3385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순이익은 73.5% 감소한 653억엔(약 6995억원)이었다.

도요타자동차를 제외한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실적 쇼크’ 수준의 성적을 거뒀다. 미쓰비시자동차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0% 줄어든 것을 비롯해 스즈키(-40.2%), 마쓰다(-13.5%), 혼다(-8.0%) 등의 영업이익도 일제히 쪼그라들었다.

다만 1위 업체인 도요타자동차만 상반기 매출이 4.2% 증가하고, 영업이익이 11.3%나 늘어나는 등 기염을 토했다. 순이익은 2.6% 늘어난 1조2749억엔(약 13조6087억원)으로 4년 만에 과거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도요타자동차를 뺀 일본차 업체들의 올해 실적 전망도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닛산, 혼다, 스즈키, 마쓰다, 바루, 미쓰비시 등 6개 회사의 올해 실적 전망치 합계는 지난 5월에 비해 매출이 2조엔(약 21조4148억원), 순이익이 3300억엔(약 3조5334억원) 줄었다. 닛산자동차(-52.9%), 미쓰비시자동차(-96.2%), 스즈키(-38.3%), 마쓰다(-27.1%) 등의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차의 부진은 국내외 판매가 줄었기 때문이다. 닛산자동차는 올 상반기 글로벌 차량 판매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6.8% 줄어든 250만 대에 머물렀다. 특히 신차 투입이 지연되면서 유럽시장에서 판매가 19.7%나 줄었고, 북미(-6.9%)와 일본(-1.3%)에서도 부진했다. 미쓰비시자동차도 북미와 중국, 호주 등 대부분 시장에서 판매가 뒷걸음질쳤다. 경차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스즈키는 오랫동안 공을 들였던 인도에서의 부진이 뼈아팠다. 인도 시장에서의 신차 판매가 지난달까지 12개월 연속 전년 동기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자율주행차, 전기차, 수소차 등 차세대 자동차 연구개발비도 큰 짐이 되고 있다. 혼다는 상반기 매출이 1.8%, 영업이익이 8.0% 각각 줄어들며 다른 업체들에 비해선 선방했다. 하지만 주력인 4륜구동(4wd) 차량의 영업이익률이 2010년 상반기(7%)의 절반 수준인 3.7%로 떨어지는 등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올해 혼다의 연구개발비는 8069억엔(약 8조6435억원)으로 전년 대비 7% 늘었고,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5%를 넘어서면서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율주행에 필요한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큰 비용이 든다”며 “생산 대수가 도요타나 폭스바겐에 비해 크게 적은 혼다는 개발비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올 상반기 달러화 대비 엔화값이 105~109엔대를 주로 오가면서 전년 동기(달러당 109~113엔)에 비해 엔화 강세가 빚어진 점도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수출에 악재로 작용했다.

2000년대 이후 일본 경제를 지탱해온 주요 축인 자동차산업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17년 기준 일본 취업인구의 8.3%인 539만 명이 자동차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일본 제조업 출하액의 18.2%, 기계산업의 40.3%를 자동차산업이 각각 차지하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