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80%대 급감…휘청이는 일본 자동차 업계 [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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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자동차 -85.0%, 미쓰비시자동차 -82.0%, 스즈키 -40.2%, 마쓰다 -13.5%, 혼다 -8.0%…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3월) 상반기(4~9월) 일본 주요자동차 업체들의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감률입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도요타자동차를 제외하면 일본 자동차업계가 실적이 곤두박질친 것입니다. 미·중 무역전쟁 등의 영향으로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고전을 면치 못한데다가 인도 등 일본 업체들이 공을 들였던 신흥시장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거둔 영향이 컸습니다. 자율주행차·전기차 등 차세대 차량 개발에 투자되는 거액의 연구·개발비도 자동차 업체들에겐 큰 부담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예상을 웃도는 큰 폭의 실적 쇼크를 기록하면서 일본 경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는 평입니다. 일본 자동차 업계가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샤프, 도시바, 소니, 파나소닉 등 전자업체들이 무너진 뒤 일본 경제를 지탱하다시피 했을 만큼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일 발표된 닛산자동차의 올 회계연도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한 5조630억엔(약 54조243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무려 85.0%감소한 316억엔(약 3385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순이익도 73.5% 줄어든 653억엔(약 6995억원)에 머물렀습니다.
닛산자동차가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은 주력시장인 북미와 유럽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입니다. 닛산자동차의 올 상반기 글로벌 차량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6.8%줄어든 250만대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신차투입이 지연되면서 유럽시장에서 판매가 19.7%급감했습니다. 글로벌 전반적인 수요 침체로 북미 시장에서 6.9%, 일본시장에서도 1.3% 뒷걸음질 쳤습니다. 여기에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자동차 연구·개발비와 예상보다 다소 높게 진행된 엔화강세도 실적에 부담이 됐다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르노·닛산·미쓰비시자동차 연합)회장 축출 이후 이어진 경영상 혼란도 실적 부진에 한몫했다는 평가입니다. 이에 따라 닛산은 올 실적전망도 하향조정했습니다. 지난 5월 내놨던 실적전망치에 비해 매출은 7000억엔(약 7조4989억원) 감소한 10조6000억엔(약 113조5758억원), 영업이익은 800억엔(약 8571억원) 줄어든 1500억엔(약 1조6072억원)에 머물 것으로 봤습니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68%줄어든 1100억엔(약 1조1786억원)에 머물 것으로 봤습니다. 이 같은 순이익 규모는 2009년 이후 10년만의 최저치입니다. 닛산자동차 측은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전망을 기존보다 30만대 줄인 524만대로 잡았습니다. 중국 시장에서 15만대 줄인 것을 비롯해 일본, 북미, 유럽 시장 모두 판매전망이 위축됐습니다.
닛산자동차 뿐 아니라 중견 일본자동차 업계 전체로 실적부진의 주름이 깊게 파였습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소속인 미쓰비시자동차는 올 상반기에 영업이익은 82.0%, 순이익은 95.0%급감했습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6.2%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미와 중국, 호주 등에서 판매부진이 겹친 탓이 컸습니다. 2016년 닛산 산하에 들어간 이후 인건비 부담이 급증한 점도 실적악화의 원인이 됐다는 설명입니다.
이밖에 경차를 주로 생산하는 스즈키도 상반기 영업이익은 40.2%, 순이익은 41.8%줄었습니다. 공들였던 인도시장의 판매부진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마쓰다도 상반기에 영업이익은 13.5%, 순이익은 30.3% 줄어들며 동반추락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혼다자동차는 상반기에 영업이익은 8.0%줄어든 4726억엔(약 5조637억원), 순이익은 19.4%감소한 3997억엔(약 4조282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부진한 실적으로 난리가 났을 법하지만 한자리수 이익률 감소는 40~80%대 이익률 감소를 기록한 다른 회사에 비하면 사정이 괜찮아 보일 정도입니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수소차 등의 등장으로 자동차 산업은 100년 만에 한번 맞이할 큰 변화의 시점이라고 합니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20세기 중반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가격 경쟁력을 겸비하며 강자로 군림해왔습니다. ‘자동차 왕국’이라는 별칭도 확보하며 오랜 기간 승승장구해 왔지만 대 변혁의 시대를 맞아 도요타자동차를 제외하면 미래를 장담하기 힘든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일본 자동차 업계가 이대로 추락할지, 아니면 반격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3월) 상반기(4~9월) 일본 주요자동차 업체들의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감률입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도요타자동차를 제외하면 일본 자동차업계가 실적이 곤두박질친 것입니다. 미·중 무역전쟁 등의 영향으로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고전을 면치 못한데다가 인도 등 일본 업체들이 공을 들였던 신흥시장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거둔 영향이 컸습니다. 자율주행차·전기차 등 차세대 차량 개발에 투자되는 거액의 연구·개발비도 자동차 업체들에겐 큰 부담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예상을 웃도는 큰 폭의 실적 쇼크를 기록하면서 일본 경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는 평입니다. 일본 자동차 업계가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샤프, 도시바, 소니, 파나소닉 등 전자업체들이 무너진 뒤 일본 경제를 지탱하다시피 했을 만큼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일 발표된 닛산자동차의 올 회계연도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한 5조630억엔(약 54조243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무려 85.0%감소한 316억엔(약 3385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순이익도 73.5% 줄어든 653억엔(약 6995억원)에 머물렀습니다.
닛산자동차가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은 주력시장인 북미와 유럽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입니다. 닛산자동차의 올 상반기 글로벌 차량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6.8%줄어든 250만대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신차투입이 지연되면서 유럽시장에서 판매가 19.7%급감했습니다. 글로벌 전반적인 수요 침체로 북미 시장에서 6.9%, 일본시장에서도 1.3% 뒷걸음질 쳤습니다. 여기에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자동차 연구·개발비와 예상보다 다소 높게 진행된 엔화강세도 실적에 부담이 됐다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르노·닛산·미쓰비시자동차 연합)회장 축출 이후 이어진 경영상 혼란도 실적 부진에 한몫했다는 평가입니다. 이에 따라 닛산은 올 실적전망도 하향조정했습니다. 지난 5월 내놨던 실적전망치에 비해 매출은 7000억엔(약 7조4989억원) 감소한 10조6000억엔(약 113조5758억원), 영업이익은 800억엔(약 8571억원) 줄어든 1500억엔(약 1조6072억원)에 머물 것으로 봤습니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68%줄어든 1100억엔(약 1조1786억원)에 머물 것으로 봤습니다. 이 같은 순이익 규모는 2009년 이후 10년만의 최저치입니다. 닛산자동차 측은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전망을 기존보다 30만대 줄인 524만대로 잡았습니다. 중국 시장에서 15만대 줄인 것을 비롯해 일본, 북미, 유럽 시장 모두 판매전망이 위축됐습니다.
닛산자동차 뿐 아니라 중견 일본자동차 업계 전체로 실적부진의 주름이 깊게 파였습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소속인 미쓰비시자동차는 올 상반기에 영업이익은 82.0%, 순이익은 95.0%급감했습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6.2%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미와 중국, 호주 등에서 판매부진이 겹친 탓이 컸습니다. 2016년 닛산 산하에 들어간 이후 인건비 부담이 급증한 점도 실적악화의 원인이 됐다는 설명입니다.
이밖에 경차를 주로 생산하는 스즈키도 상반기 영업이익은 40.2%, 순이익은 41.8%줄었습니다. 공들였던 인도시장의 판매부진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마쓰다도 상반기에 영업이익은 13.5%, 순이익은 30.3% 줄어들며 동반추락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혼다자동차는 상반기에 영업이익은 8.0%줄어든 4726억엔(약 5조637억원), 순이익은 19.4%감소한 3997억엔(약 4조282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부진한 실적으로 난리가 났을 법하지만 한자리수 이익률 감소는 40~80%대 이익률 감소를 기록한 다른 회사에 비하면 사정이 괜찮아 보일 정도입니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수소차 등의 등장으로 자동차 산업은 100년 만에 한번 맞이할 큰 변화의 시점이라고 합니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20세기 중반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가격 경쟁력을 겸비하며 강자로 군림해왔습니다. ‘자동차 왕국’이라는 별칭도 확보하며 오랜 기간 승승장구해 왔지만 대 변혁의 시대를 맞아 도요타자동차를 제외하면 미래를 장담하기 힘든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일본 자동차 업계가 이대로 추락할지, 아니면 반격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