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해외로 시선 돌리는 도전
작년 가을 무역협회에서 베트남 취업과정 연수생 선발을 위한 면접이 있었다. “왜 베트남에서 취업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에 자신만의 뚜렷한 지원 동기를 말한 취업준비생이 제법 있었다. 한 지원자는 “베트남 어학연수를 계기로 해외 취업의 꿈을 키웠고, 먼저 취업한 선배에게 멘토링도 받으면서 일찌감치 준비했다”고 당차게 답했다. 현지 근무 여건과 생활 인프라가 한국에 비해 뒤처지지만 지원자의 패기와 열정 앞에선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에선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대세다. 취업준비생은 물론, 젊은 직장인 가운데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재를 누리고 즐기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기성세대에게 직장은 삶의 전부였지만 외환위기를 보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는 일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빡빡한 취업 현실을 감안하면 그리 생각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취준생들 사이에서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직업이 인기인 이유다. 하지만 내 귀에는 ‘욜로’와 ‘워라밸’ 두 단어가 자칫 미래를 포기하겠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해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다. 많은 젊은이가 도전을 외면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크나큰 손실이란 생각이 든다.

미래를 위한 도전보다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은 나이 먹은 사람의 특징이다. 대한민국에서 젊은이들마 저 벌써부터 노인의 삶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때가 있다. 젊은이는 도전을 통해 자기 안에 잠재된 에너지를 깨워 적극적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 다양한 경험과 도전 그리고 치열한 고민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삶의 방향을 탐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등 떠밀려 국내 취업시장에 억지로 뛰어들기보다 일찌감치 해외로 시선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해외 취업이 두렵다면 해외 인턴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익숙했던 것과 결별하면 비로소 당연히 누리던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해외 취업자의 가장 큰 고민인 외로움도 미리 경험해봐야 장차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다.

베트남 취업연수의 마지막 과정인 현지 교육을 마친 그 지원자는 현재 베트남에 투자한 한국 기업의 어엿한 중간관리자가 됐다고 한다. 그가 우리 직원에게 했다는 말을 여기 그대로 옮겨 적는다. “적성에 딱 맞아 너무 좋아요. 베트남에 좀 더 일찍 왔으면 지금쯤 공장장이 돼 있을 텐데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