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CJ헬로는 독행기업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일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독행기업(maverick)’이란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독행기업'이 뭐길래…3년 前 판단 뒤집은 공정위
공정위는 3년 전 내린 판단을 스스로 뒤집었다. 2016년 SK텔레콤이 CJ헬로 인수를 시도했을 때 공정위 판단은 달랐다. 당시 공정위는 “CJ헬로는 독행기업”이라고 판단했다. SK텔레콤은 결국 CJ헬로 인수에 실패했다.

지난해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하자 SK텔레콤과 KT는 거세게 반발했다. 독행기업이 사라지면 통신요금 경쟁이 약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료방송 합종연횡’이란 큰 그림은 제쳐두고 알뜰폰 사업 인수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통신사 간 격한 설전이 오갔다.

공정위가 3년 만에 CJ헬로에 대한 판단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이동통신 시장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2012년 알뜰폰 사업(헬로모바일)을 시작한 CJ헬로는 2015년까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가입자를 큰 폭으로 늘렸다. 3년간 가입자 수가 400% 이상 급증했다. 알뜰폰 시장 1위 사업자로서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이후 정체기가 왔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가입자가 8.4% 감소했다. 선택약정 할인 등으로 통신사 요금이 하락해 알뜰폰이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알뜰폰 시장에서의 입지도 약해졌다. KT 계열(M모바일, KT파워텔, KT텔레캅)에 알뜰폰 1위를 내줬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서 “이동통신 시장 3위(LG유플러스)와 4위(CJ헬로) 결합으로 확대되는 시장점유율이 1.2%포인트에 불과하므로 경쟁 제한 우려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최근 CJ헬로의 가입자 수, 점유율, 실적 감소 추세와 알뜰폰 시장 자체의 경쟁력 약화 등을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 CJ헬로를 독행기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비슷한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과기정통부도 알뜰폰과 전체 이동통신 시장 환경 변화 등을 감안해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